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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건화 Jan 14. 2024

천의 얼굴을 가진 오로라!

우주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오로라 이야기 - 세 번째

오로라의 모습은 우주에서 결정된다!

오로라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오로라 연구자들이 오로라의 모양이나 특성에 따라 몇몇 그룹으로 묶어보려는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오로라를 형태나 종류에 따라 구분하는 일은 지구 대기 밖 우주 공간의 태양과 자기권에서 오로라 입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오로라는 오로라 입자들이 어떻게, 어떤 상태로 지구 대기까지 들어오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오로라 입자들이 어떤 시공간적 분포를 가지고 지구 대기로 들어오는지에 따라 그 모양이나 특성이 달라지게 된다. (물론 여기에서 기본 전제는 오로라 입자는 자기 자기장의 자기력선을 따라서만 내려온다는 것이다.) 


지구 밖 우주를 비춰주는 스크린

이와 같은 사실은 지구 고층대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오로라의 관측을 통해서 오로라 입자가 만들어지는 우주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엿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지구 고층대기는 우주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보여주는 스크린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오로라는 지구 주변 우주환경 변화를 우리 맨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현상이다. 다시 말하면 태양과 지구 주변 우주환경의 변화가 있을 때 오로라뿐만 아니라, 우리 눈에는 직접 보이지 않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현상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들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우주 공간으로 우주선을 직접 보내거나, 또는 인공위성과 지상 관측소에 광학/전파 망원경, 카메라, 레이더 등 다양한 종류의 관측기기를 설치 운영을 통해서만 확인 가능하지만, 오로라는 그런 특별한 시설 없이도 우주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우리 맨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해주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로라는 우주과학자들에게 매우 특별한 자연현상인 것이다.


오로라 입자: 전자와 양성자

그렇다면 오로라를 발생시키는 오로라 입자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오로라 빛을 내보내는 원자나 분자에 의해 결정되는 오로라의 색깔과 달리, 오로라의 형태나 종류는 자기권에서 내려오는 전자들의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대부분의 오로라는 자기권 내에 상주하고 있는 전자들에 의해서 발생하므로, 일단 전자들의 경우만 생각해 보도록 하자. 양성자들도 오로라를 일으키긴 하지만, 전자들에 의해서 그 비율은 매우 작다. 자기권에 상주하고 있는 전자들은 그 에너지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동을 하면서 지구 자기장에 구속되어 있다. 그리고 자기권에는 여러 가지 전자기적 파동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태양풍에 실려온 태양 에너지가 자기권에 전달되어 생성되는 파동들이다. 자기권에서 이 파동들은 전자들과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은 전자들은 자기력선을 따라서 극지 고층대기로 깊숙이 내려갈 수 있게 된다. (에너지를 얻은 전자들은 어떻게 고층대기로 내려갈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얘기하기로 하자.) 이때 고층대기 중 산소 원자나 질소 분자들이 이 전자들과 충돌하면서 오로라 빛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오로라의 형태나 종류는 이 전자들이 어떤 시공간적 분포와 특성을 가지고 고층대기로 내려오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자기권에서 전자, 양성자 등 플라즈마 입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모습 (영상 출처: NASA's Scientific Visualization Studio)

연속 vs 불연속 오로라

오로라 연구자들 사이에서 오로라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커튼(curtain), 코로나(corona), 아크(arc), 밴드(band), 선형(ray) 등과 같이 뚜렷한 구조적 특성을 보이는 불연속 오로라(discrete aurora)와 안개와 같이 어떤 구조적 특성도 보이지 않는 연속 오로라(diffuse aurora)가 있다. 사실 이것은 오로라의 형태적 특성에 의한 구분이라기보다는 자기권에서 전자들이 어떤 물리적 과정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어 고층대기로 내려오는지에 따른 구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불연속 오로라(discrete aurora)를 일으키는 전자들은 자기권에서 국소적이고 강한 가속 과정을 통해 고층대기로 내려오는 것이고, 연속 오로라(diffuse aurora)는 특별한 가속 과정 없이 광범위하게 내려오는 전자들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극지역에 가서 오로라를 직접 볼 경우, 연속 오로라(diffuse aurora)가 있을 때는 오로라를 보고 있는지, 구름을 보고 있는 것인지 맨눈으로는 분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주로 지평선 부근에서 뿌옇게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태양으로부터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통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멋진 오로라들은 대부분 불연속 오로라(discrete aurora)지만, 그와 같은 멋진 오로라들은 자기 폭풍이나 오로라 폭풍 등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운이 좋아야만 볼 수 있는 오로라이기도 하다. 

연속 오로라(diffuse aurora) (사진출처: https://www.auroraiceland.uk)
불연속 오로라(discrete aurora) (사진출처: https://www.auroraiceland.uk)

오로라의 모양

오로라를 연속 오로라나 불연속 오로라로 분류하는 것보다 더 일반적인 것은 오로라의 색깔이나 모양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커튼, 아크, 밴드(띠), 선형, 코로나 등 오로라가 우리 눈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또는 초록, 빨강, 파랑, 보라, 핑크 등 색깔에 따라 오로라를 구분하는 것이다. 또한 동일한 오로라를 보고 있어도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커튼형 오로라는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밴드, 커튼, 코로나 등으로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로라의 다양한 모양과 색깔은 자기권에서 극지 고층대기로 들어오는 오로라 입자의 물리적 상태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사실 오로라는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오로라를 특정 형태나 종류로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로라는 태양풍이나 자기권에서 오로라 입자들(전자나 양성자)이 지구 자기장의 자기력선을 따라서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빠르게, 어떤 시공간적(?) 분포로 고층대기로 내려오는가에 따라 달라지며, 그것은 태양풍, 자기권, 고층대기 등 많은 요소들이 서로 뒤얽혀 매 순간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매우 특이한 오로라의 모습. 위는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모습이고 아래는 코로나 모양이다. (사진출처: https://www.auroraiceland.uk)

오로라에서 소리가?

오로라 관련 웹사이트를 보다 보면 오로라에서 어떤 소리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일까? 일단 오로라에서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비록 오로라에서 소리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오로라에서 지상의 관측자까지의 거리가 90~500km라는 것을 생각하면, 오로라 소리가 관측자에게 전달되는 시간은 약 5~25분 정도 걸린다. 이 정도의 시간차로 오로라 '소리'가 관측자에게 전달된다면 관측자는 지금 보고 있는 오로라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주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혹시 어떤 사람이 오로라를 보고 있으면 어떤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사람의 마음속에 어떤 이유로 환청이 들리는 것이리라!


다음 이야기... 

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서 오로라가 어떤 현상인지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오로라와 관련이 있는 우주환경 요소, 즉 태양, 태양풍, 자기권, 지구 자기장, 고층대기, 태양 폭풍, 자기 폭풍, 오로라 폭풍, 우주기상 등에 오로라와 관련이 있는 것들에 대해 차례로 얘기해 보고자 한다. 물론 오로라 자체에 대해서도 더 깊숙이 알아볼 예정인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오로라 입자인 전자나 양성자는 어디에서 유래하며, 어떤 물리적 과정을 통해 극지 고층대기로 들어오는지, 고층대기에서 산소 원자나 질소 분자와 충돌하면 어떻게, 어떤 색깔의 오로라 '빛'이 나오는지, 높이에 따른 오로라 색깔 분포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리고 오로라는 언제, 어디서 왜, 얼마나 자주 나타는 지에 관해서도 생각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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