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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Jan 23. 2021

머피의 법칙인가 싶은  날

부정적 기분 부풀리지 않기.

점심 무렵 아들 녀석이 너무 콜라를 마시고 싶다고 애걸복걸을 해서 볼 일이 있어 조퇴를 할 예정이니 오후 4시경 사다 주마 약속을 했다.


1. 어제 시청에 민원사항을 문의하니 주민센터에 신청을 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었다. 볼 일을 한 번에 처리하려고 전화로 필요한 서류가 있는지 물었다.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사항이란다. 으휴


아들과 굳게 약속을 했으니....... 조퇴를 했다.


조퇴의 목적은 사라졌지만 엄마로서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조퇴를 실행!

생필품이랑 반찬거리도 사고 서점이랑 도서관도 들르고 차에 기름도 넣어주고 비가 오니 학원 간 큰 녀석도 데리러 가자 맘을 먹었다.


2. 일단 콜라를 한 병 사서 집에 들르니 기다리다 둘째가 자고 있다.ㅠㅠ 이 약속 때문에 조퇴를 했는데......


3. 서점에 가니 수능 개념 교재가 두 과목밖에 안 남아서 결국 내용 살펴보지 못하고 온라인 구매해야 하고 주말이라 배송이 얼마나 걸릴지......(나는 제주도에 산다) 월요일부터 수능 개념으로 공부를 시작하자고 아들과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었는데 계획이 틀어지니 불쑥 앞으로 공부가 잘 안될 것 같은  불안함이 든다.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어 그 생각을 털어버렸다.


4. 학원 앞 정육점에  가니 노렸던 특판세일이 어제까지였단다.


5. 수업을 마친 아들을 태우고 비빔밥 나물세트를 사러 반찬가게로~~ 방금 다 팔렸다고!


6. 근처 햇반이 가장 저렴한 마트에 갔는데 햇반 특가 기간도 끝났단다. 하지만 콜라 특가가 있어 절반의 성공.


7. 온라인 할인쿠폰 쓰려고 약간 멀리 있는 주유소를 갔는데 그 사이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서  꺼져있네ㅠㅠ 쿠폰으로 결재를 못하고... 쿠폰 기간이 지난 건 아니겠지.


8. 쿠폰으로 주유도 못하고 그 동네까지 온 김에 근처 도서관에 필요했던 책이 대출 가능! 도착하니 주차장이 텅 비어 있었다. 비 와서 후드 눌러쓰고 현관까지 어갔는데 "금일 휴관" 입간판이 나를 비웃고 있었다.


비도 오고 연달아 일이 틀어지니 마음이 울적해서 칼국수 먹자고 꼬시니 아들은 치킨만 먹겠다고 양보를 안 해준다.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재수 없는 날이다. 퉤 퉤 퉤....  

@ 픽사베이

다시 생각해보니 머피의 법칙에 해당하지 않는다. 내가 정보가 부족했던 탓이다. 도서관 휴관일을 몰랐고 미리 휴대폰 충전을 하지 못했으며 특판세일 기간을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하길 좋아하는 나는 이런 틀어짐을 맞닥뜨리면 부정적 감정을 부풀리곤 한다. 심한 경우엔 김이 빠져서 아예 안 해버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게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인가 따져보고 정리하는 것으로 감정을 해소한다. '다 소소한 어긋남이고 조금만 기다리면 해소되는 일들이니 재수 없다고 부풀일 일도 아니다'로 냉철하게 생각을 마무리하고 아들 녀석에겐 치킨을 나에겐 느끼한 크림소스가 얹어진 돈가스를 주문해서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행운도 있었다. 햇반 대신 할인 판매하는 콜라 1+1을 두 묶음 샀는데 즉석 당첨 쿠폰을 줘서 긁었더니 2등과 3등이 나왔다. 계산해주시는 아주머니가 두 개나 맞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신다.

경품으로 받은 보냉파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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