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공자' 리뷰
'신세계' '마녀'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액션 세계관을 선보여온 박훈정 감독이 '귀공자'로 색다른 액션 캐릭터를 빚어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귀공자'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김선호가 타이틀롤을 맡은 작품으로 이유 없이 쫓기는 필리핀 동포에게 나타난 의문의 세력의 정체를 밝혀나간다. 김강우, 고아라, 강태주 등 믿음직한 배우들이 합세해 짜릿한 스릴감과 반전이 있는 추격전을 완성했다.
◆얽히고설킨 삼각 추격전…박훈정 액션 세계관의 새로운 장
필리핀에서 사설 복싱장을 전전하며 어려운 생활을 하는 마르코(강태주)는 엄마의 병 치료를 위한 돈이 필요하고 우연한 사고로 윤주(고아라)와 마주친다. 한국에서 애타게 찾던 아버지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마르코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만 스스로를 '친구'라고 부르는 귀공자(김선호)를 만나고 한국에서 의문의 교통사고에 휩싸인다. 각자 모종의 이유로 그를 쫓는 한이사(김강우)와 귀공자, 윤주의 삼각 추격전이 시작된다.
김선호는 영화의 제목처럼 하얀 얼굴과 순진한 눈빛의 귀공자의 외양으로 등장한다. 그런 그는 업계의 프로로 그야말로 신출귀몰한 액션 능력을 자랑한다. 복싱선수 출신인 마르코와 추격전에서 결코 지지 않고, 돈과 힘을 모두 지닌 한이사에게도 위협적인 존재다. 말 그대로 맑은 눈의 광인 같은 이미지로 박훈정의 액션 세계관의 또 다른 장을 펼쳐냈다.
마르코 역의 강태주는 불안한 눈빛과 절박한 표정으로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휩싸인 심리를 표현한다. 코피노라 불리는 필리핀, 한국 혼혈 출신이란 정체성을 무뚝뚝한 말투와 누구도 믿지 못하는 탈주 본능에 담았다. 김강우가 연기한 한이사는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쯤은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답이 없는 광기를 보여준다. 윤주 역의 고아라는 미스터리한 존재감으로 귀공자와 한이사 사이 밸런스를 잡는다.
◆ 아는 맛과 특별한 맛의 조화…액션과 반전 속 소소한 웃음도
그간 박훈정 감독의 영화를 봐온 사람이라면, '귀공자'에서 익숙함과 동시에 특별함 감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낙원의 밤'을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 분위기가 감도는 열대 가로수길 위 마르코와 '신세계', '마녀'에서 보여줬던 피 튀기는 액션 시퀀스는 관객들이 익숙한 아는 맛이다. 그중에 김선호가 그려낸 귀공자는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특별한 맛이다. 순진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싸움 실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를 보면서 또 한 가지, 제목이나 출연진을 보고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코피노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씁쓸함을 곱씹게 된다. 가장 악독하기 그지없는 인물과 간절히 핏줄에 매달리는 인물, 그들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세력이 마주하는 사건들은 끔찍하지만 어찌 보면 시원하기까지 하다. 강렬한 액션과 미스터리, 반전 사이 소소한 웃음과 의미심장한 메시지까지 두루 담은 볼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