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출연 영화 '화란' 리뷰
영화 '화란'이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현실에 둘러싸인 두 남자의 나락을 그린다.
홍사빈, 송중기 주연 영화 '화란'이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창훈 감독 작품으로 송중기의 노 개런티 출연이 화제가 된 이후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절망의 끝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 결국 칼이 돼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 희망이라곤 없는 청춘의 지옥 입성기, 불편함을 자극하지만
극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연규(홍사빈)는 이복동생 하얀(김형서)을 괴롭히는 급우에게 폭력을 저질러 합의금이 필요하다. 무기력한 엄마는 어떤 잔소리도, 관여도 하지 않는다. 우연히 사연을 알게 된 치건(송중기)은 연규에게 300만 원을 전달하고 지역 폭력배로 살아가는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가정폭력이 남긴 흉터로 아르바이트에서 잘린 연규는 치건을 찾아온다.
송중기는 거친 인상과 흉터 자국이 가득한 몸으로 조직의 중간 보스 역을 소화해 낸다. 이전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얼굴로 오랜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영화에서 누군가의 공감을 받을 만한 인물이 있다면 치건이 유일하다. 치건이 연규를 동정하고 별 수 없이 도움을 주는 상황은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올망정 당시엔 불가피하다.
연규 역의 홍사빈은 보는 이들의 불편한 감정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자신과 닮은 처지의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건 치건과 닮았지만 도무지 제대로 살아갈 마음이 없다. 허공을 보는 듯한 눈빛과 색깔 없는 표정에선 별다른 죄책감도 비치지 않는다. 비비(김형서)는 하얀 역을 맡아 연규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연규의 대처가 더없이 불편하고 불쾌한 이유를 더한다.
◆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세상…영화적 경험으로 승화
이 영화엔 태어날 때부터 지옥에 살고 있는,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지옥을 택해야 하는 사람들의 삶이 담겼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했던 선택은 스스로를 망치는 길이다. 치건은 가정폭력의 희생양인 연규를 보며 동질감을 느끼고 돕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인지, 방해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선택지가 별로 없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다 보니, 치건과 연규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표현된 지점도 있다. 불우한 환경에서 벼랑 끝에 매달린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국 어떤 결말을 마주하는지를 충분히 와닿게끔, 영화적 경험으로 승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