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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Nov 22. 2023

청춘에게 불친절한 나라, '한국이 싫어서'

28th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리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가 젊은이들이 모국에 느끼는 양가적인 감정을 포착해 냈다. 지독히도 도망치고 싶었던 상처와 더불어, 그래도 돌아보고 싶은 그리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4일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한국이 싫어서'가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고아성이 주연을 맡고,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거침없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한국과 뉴질랜드 이민 사회를 조명한다.            

[사진= (주)디스테이션]

◆ 저마다 있는 '한국이 싫은' 이유…고아성 얼굴에 드리운 청춘의 그늘


남부럽지 않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계나(고아성)는 금융권 회사에 취업하지만 적성과 맞지 않는 업무로, 또 보이지 않는 탈출구를 찾아 헤매며 힘들어한다. 졸업을 앞둔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은 계나와 미래를 꿈꾸지만 계나는 한국을 떠나 해외로 나가고 싶어 한다. 결국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한 계나는 한국에서와 별다를 것 없는, 보잘것없는 생활을 이어가지만 자유로움을 느낀다. 눈앞에 희망이 다가왔다 생각한 순간,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영주권 취득에 제동이 걸린다.  


고아성은 이 영화를 찍으며 극 중 역할인 계나처럼 20대 후반을 거쳐 30대로 진입했다. 그 나이대의 한국 사회초년생들이 하는 고민과 어려움을 모두 겪어내는 얼굴에 현실감이 느껴진다. 이제 막 돈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한국을 떠나고 싶은 그의 욕구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엄마 앞에서 K-장녀의 고단하고 지친 표정이 공감대를 자아낸다.            

[사진= (주)디스테이션]

계나의 남자친구인 지명을 연기한 김우겸은 믿음직하고, 한국 사회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젊은이의 표상이다. 유복한 집안, 확고한 꿈, 단순한 궤적으로 자신만의 행복을 실현해 나간다. 오클랜드에서 만난 재인 역의 주종혁은 희망이 보이지 않던 한국을 떠나 타지에서 나름대로 꿈을 찾아나가는 또 하나의 청춘을 그려냈다.


◆ 요즘 젊은이들이 직면하는 어려움, 양가적 감정 담아낸 영화


'한국이 싫어서'에서는 젊은이들이 왜 한국을 떠나려 하는지,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몇 년째 시험에 낙방한 친구를 바라보는 계나는 이 어려움이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안다. 결국 한국을 떠나고, 세상을 등지는 이들의 마음 아픈 선택은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현실에 맞서는 요즘 젊은이들의 발버둥이다.            

[사진= (주)디스테이션]


한국이 싫어서 뉴질랜드로 간 계나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는 않는다. 다만 끔찍한 추위를 피할 뿐이다. 실패를 피해 성공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다름을 향해 나아가는 계나의 선택엔 가족도 애인도 고려되지 않는다. 모종의 이유로 돌아온 계나에게 한국은 깊은 상처와 그리움을 함께 품은 곳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를 곱씹게 하고 한국에 느끼는 양가적인 감정을 정직하게 담아내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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