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이주노동자 시집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여기는 재스민과 천일홍들이 애정을 뿌리며 웃지 않는다
새들도 평화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여기는 사람들이
기계의 거친 소음과 함께 깨어난다
하루 종일 기계와 함께 기계의 속도로 움직인다
장마철에 젖은 산처럼
몸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땀에 젖어
스스로 목욕을 해도
이 쉼터에서는 시원하지 않구나
사람이 만든 기계와
기계가 만든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다가
저녁에는 자신이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구나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여기는 사람이 기계를 작동시키지 않고
기계가 사람을 작동시킨다
─서로즈 서르버하라, 〈기계〉 중에서
손자야
꿈을 안고 내 나라에 왔구나
꿈을 이루기는 어렵단다
도전의 쓰나미를 견뎌야 하고
운명의 태풍을 견뎌야 하지
가시를 밟고 불을 삼키려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단다
그리고 모든 아픔에도 웃을 수 있어야 한단다
내가 그런 사람의 징표란다
나를 보고 배우렴
매번 할머니 삶의 발자취에서
공감의 힘을 얻고
생명의 싹을 틔워요
모든 저녁이 내게는
새벽의 표상처럼 느껴져요
이정아 할머니를 만나고
투쟁의 창*을 마시면서
나도 내 나라를 짊어지고 있어요
─ 거닌드러 비버스, 〈이정아 할머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