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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나딘 Nov 14. 2021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과연 진심일까?

꼬맹이가 내게 온 이후로 늘 궁금했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말 내 아기가 맞나?

나와 어떤 인연이 있어서 이 꼬맹이는 나의 딸이 되었을까?


내가 이제부터는 진짜 엄마가 되는 건가?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은 없었지만 부족하고 싶지는 않았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일은 수천 년 동안 변함이 없다.

물론 뉴스에 나올 나쁜 사람들도 많지만 주변 다수의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과연 내가 나에게 찾아온 천사 같은 이 작은 아이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


모성애라고 부르는 것이 내게는 없는지 아이가 마냥 낯설고 신기했으며, 귀여운 녀석을 그저 바라보고만 싶은 묘한 감정만 가득했다. 당시의 나는 기저귀를 가는 법도 목욕을 시키는 법도 몰랐으며 심지어 내게는 어려웠다. 이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어떤 노래를 불러주면 좋아할지... 

예쁜 말을 해주고 싶은데 그냥 미소만 짓게 되었다. 


그러던 중 조리원에서 아이가 황달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아! 무서웠다. 왜... 

내가 임신 중에 잘못한 게 뭘까?

그때 먹은 쵸코과자? 라면?.... 아..... 

황달은 너무 빈번한 일이고, 며칠 지나면 좋아진다는데, 일상처럼 대하는 선생님들과 달리 난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육아에도 의학에도 너무나 무지했던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속으로 비는 것뿐이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8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 말을 되뇐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건강하게도 자라다오"인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인가?


검색 한 번이면 또래 집단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너무나 소중하게 아끼는... 아까워서 세게 끌어안지도 못하는 이 아이에게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과연 '건강'뿐일까? 

솔직히 명석하길 바랬고, 밝은 아이이길 바라면서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자 육아방식을 찾아봤다. 

그럼에도 콧물이라도 흘리면 난 또 되뇐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그런 내게 묻고 싶다. 과연 진심인가?


앞으로 이어질 이 글의 묶음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자 꼬맹이와 함께하는 내 삶의 흔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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