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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나딘 Feb 23. 2022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비나이다

아이의 건강을 소원하는 마음은 닭과 달걀의 논쟁보다 더 오래되었겠지? 인간이 존재한 이래로 지금까지 지속되는 건강한 내 아이에 대한 간절함은 팬데믹 속에 더 간절해진다.

의학의 수준이 높아지고, 어디서든 병원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우려로 집 안에서 치료해야 하니 병원이 없던 시절과 무엇이 다른지...


정리와 결벽이 있는 내가 이 시국에 최적화된 인간이라 생각하며 토리의 위생과 감염으로부터의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그런데 어쩌겠나? 학원도 보내야 하고, 녀석도 나름의 삶이 있는 데다 10만 명이 넘게 확진되고 있는 상황에 완벽한 방역은 불가한 일이니 말이다.


지금 토리도 재택치료 중이다. 그렇게 건강만을(?) 바라왔는데 상태가 살짝 의심스럽더니 다음 날 여지없이 구토와 오한이 찾아오더라. 밥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는 녀석이 구토를 하면 애도 엄마도 울 수밖에 없다.

분유를 먹고도 그 흔한 분수토 한번 한 적이 없던 녀석이다. 그런데 이놈이 밥이든 물이든 뭐든 들어간 내용물을 쏟아낸다. 검사 이후 난 엄마이면서 동시에 의사, 간호사, 소독 전문가에 이어서 조리사와 청소도우미, 그리고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놀이상담전문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여기서 또 '바라기'가 시작된다. 물이라도 조금 삼키기를 바라고, 약을 조금이라도 삼킬 수 있기를 바란다. 해열제도 못 먹으니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며 제발 고열이 멈추기를 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지배한 지 벌써 2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왜 우리 아기가 집에서 의학에 무식한 엄마 옆에서 힘들어야만 하는지 원망이 쌓여간다. 전담 병원에서 PCR 검사를 받을 때 이미 애가 너무 지친 상태라 수액을 부탁드렸으나 해당 병원에서는 어렵다고 하더라. 코로나 관련 뉴스에 나오던 사연의 주인공들이 겪었을 두려움과 불안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애는 쳐지는데 수액이 불가하다니...


수 천년 지속된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어쩌면 '건강'을 바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른다. 과학이나 의술의 발달이 이루어진 것과 별개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무언가에 노출되고 생명에 한계가 설정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이번엔 제도에 화가 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면서 왜 이런 결과를 초래했는지...


재택치료가 우선이라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상대로 오기가 생겼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승부욕도 타올랐다. 에탄올로 화장실과 침대 주변을 닦고, 마스크 착용과 환기 등등 의학 전문가들이 올린 글을 읽고 수행했다.


그런데


아이가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 무조건 119에 전화해야 하나?

어느 정도의 탈수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나?

소독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열탕 소독을 하면 식기의 바이러스는 사멸하는지...

많은 의료인이 자신의 건강도 뒤로하고 도와주고 있으나, 10만이 넘는 확진자가 속출하는 이 시점에 전화 상담이 어려운 것은 너무 당연한 현상 아닌가!


애가 아픈 상황에 엄마가 이 모든 정보를 하나하나 찾아보며 간호하기는 쉽지 않다. 가슴이 아프다거나 숨 쉴 때 뭐가 걸리는 느낌이라고 말하고 잠들면, 새벽에도 수시로 마스크 쓰고 방에 들어가 애가 숨은 제대로 쉬며 자는지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도대체 어느 정도가 위험한지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정도로 119에 도움을 호소하자니 더 위급한 이들에게 갈 도움의 손길을 가로채는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이쯤에서 화가 더 커진다. 2년 넘게 전 세계가 이 시국을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음에도 왜 나아지지 않는지, 도대체 왜 환자의 치료를 집에서 의학에 무지한 이들의 손에 떠넘기는지...

어차피 시국이 총체적 난국이니 재택치료 중 온 가족 감염의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인 건지...

헌신을 감수하는 이들에게 왜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지...

고무줄 같은 정책 안에서 우왕좌왕하는 중에 엄마들은 토하는 아이 옆에서 '바라기'만 해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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