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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묘링 Aug 30. 2021

자식새끼

하나 아닌 둘

미디어에서 자식이 내 맘처럼 따라주지 않을 때 '자식새끼 낳아봐야 소용없다' 란 대사가 등장한다. 듣던 자식새끼 뜨끔한다. 여기 그런 자식새끼가 둘 있으니. 큰 새끼 작은 새끼. 난 작은 새끼를 담당하고 있다. 


#큰 자식

큰 자식은 흔한 경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대학-군대-졸업-취업 루트를 밟지 않았단 뜻이다. 일찍부터 진로는 예체능 쪽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동안 큰 파도가 여러 번 휩쓸고 지나갔다. 예술은 돈이 되지 않으니 그냥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 다니며 돈 벌길 바라는 부모와 죽어도 예술하겠단 자식의 싸움. 긴 싸움은 끝났고 자식은 승리했다. 초반엔 투자 대비 수익이 미비했으나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집 거실엔 여기저기 작품들이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혈육의 전시회, 잡지 인터뷰 소식을 전해 듣는다. 수천번의 연습. 수만 시간. 큰 새끼는 천천히 날아오르는 중이다. 


#작은 자식

작은 자식은 흔한 경로를 선택했다. 대학-졸업-취업의 루트를 착실히 밟았다. 남들 다 그렇게 사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른 채 취업 잘되는 학과로의 진학. 휴학 없는 졸업. 잠깐의 공백 후 취업. 그렇게 지내다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이 길이 맞나'. 의문을 품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길을 찾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단순 취미 생활로는 그 허함이 채워지지 않았다. 가진건 전공 관련 자격증뿐. 직무 변경이 간절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취업할 수 있는 전공이지만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직무. 이 편한 삶에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는데 난 멈춰있는 그 느낌이 싫었다. 그렇게 방황은 시작되었다.


내 선택의 책임. 그 선택을 책임지고 있는 이 상황이 꽤나 만족스럽다. 안정적인 수입이 끊기고 나서야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는구나를 깨닫게 된 현상황. 소소하지만 용돈으로 쓰기엔 충분한 금액이 만들어지고 있다. 욕심이 생긴다. 용돈을 넘어 월급 수준의 금액으로 불리고 싶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 작은 새끼는 커나가는 중이다.


퇴사 후 '날 위한단 말로 날 보호하고 있지만, 날 위한단 말로 날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건 아닐까' 란 생각이 종종 들곤 했다. 미래를 위해 정비 시간을 가지는 거라 위로하며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조직에 속해있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는 그에 속해 있을 때완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시도한 자에게 주어지는 건 동일하나 회사의 가치가 아닌 내 가치가 올라간다. 밖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선 더 부지런히 두드려야 한다. 내가 여기 있음을. 이러다 매력 어필의 달인이 되는 거 아닐까.


자식새끼 둘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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