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에서 멍하니 창밖만 주시하며 앉아있던 내 모습이 여전히 선명하다. 조용한 성격이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어디서든 큰 소리 내는 일이 없었고 말이 없었다.
그런 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드러냈고 발표수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눈에 띈다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이때는 조증이 올라왔던 시기이기도 해서 성격이 바뀐 것처럼 보였다. 그로 인해 대학 생활은 힘들었던 기억도 많지만, 즐거운 기억도 가득하다.
처음으로 내 존재가 나도 모르게 드러날 때의 기분은 황홀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기분은 무대 위에서 모두 나만 바라봐주는 모습처럼 짜릿했다. 그런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집중되었을 때 온몸의 털이 곤두서듯이 긴장되면서도 그 긴장이 마냥 두렵지만은 않은 들뜨는 기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그러한 긴장과 흥분은 시작되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글자는 문장이 되었고 글로 탄생했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글이지만 글을 발행할 땐 나의 책을 독자가 읽어주는 기분과 같은 기분이 든다. 처음부터 잘 쓰고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도 어딘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 또한 맞다. 우린 모두 조금씩 더 잘 쓰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글을 위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글을 위해. 그런 마음을 알고 있다면 타인의 글에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글이 아닌 이상 그 글은 존재만으로도 귀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보는 일기가 되었던 남에게 보이는 공개 글이 되었던 글은 존재한다. 글은 각기 다른 빛으로 다양하게 빛나고 있다. 하늘이 다채로운 색을 비출 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글은 그러한 빛이 아닐까? 너무나 많은 색이 섞여 어떤 색인지 모르는 모양에서도 전체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아름다운 모습.
우리의 존재도 글도 모두 그렇게 존재한다. 다채롭게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