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2024년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다 보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직장에서 만난 언니들이랑 우연히 강릉을 가게 되었을 때였다.
나는 가끔 계약직 일과 연고 없는 서울살이가 막막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의 존재감을 스스로에게 입증시키려, 일 끝나고 공부를 하든, 아니면 약속을 잡아 일정이 비는 날이 없게 했다. 그래서 생각이 일상의 틈을 비집지 못하도록 나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나는 신이 아니라서 체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잘 묻어두었다고 착각했던 '생각'은 찰나의 순간마다 나를 더 깊이 무기력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럴 때면, 나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그 시기에 직장 동료언니들이 같이 강릉바다를 가자고 했다. 우선, 나한테 제안을 해준 게 굉장히 고마웠고, 고민할 틈 없이 좋다고 했다. 기차표를 예매한 순간부터 설렘은 시작되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강릉을 가는 시간이 나한테는 작은 해방으로 느껴졌다.
끝이 없는 바다를 보면서 한참을 멍 때리고 있으면 지금까지 내가 숨 막히다고 느껴진 것들이 뻥 뚫렸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 되어야지만, 내 나이즈음이면 어떤걸 가지고 있어야지만 나의 존재가치가 있을 것 같았는데, 망망대해 앞에 서 있으면 그냥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느낌이었다.
언니들이랑 모래사장에서 어린아이 때로 돌아간 것처럼 뛰어놀고 사진 찍으면서 깔깔 대고 웃다 보니 나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때의 경험은 앞으로의 내 삶에서 큰 힘이 될 거다. 마치 무언가가 되어야만 하는 사회의 압박 속에서 서로를 다독이고, 사진을 보며 웃었던 추억을 떠올리고, 또 새로운 추억을 기대하며 현재의 일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를 바다로 이끌어준 두 언니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