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지 않는 말티즈 Jan 27. 2021

노예의 시간

누군가의 노예가 말하는 노예의 시간

코로나로 요즘 계속 재택근무이다. 직급이 실장인지라 그래도 미팅과 회의가 잡히면 꼬박꼬박 회사를 나가야 한다. 번거롭긴 해도 내가 가진 책임과 직무가 있기에 군소리 없이 회사에 나간다. 


하지만 오늘은 미팅도 회의도 없는 황금 같은 날이었다. 하지만 얼마나 전화가 많이 오던지...

각자 다 다른 이야기를 했다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결국 결론은 하나다. 


"000이 일을 못하는 것 같다."


그냥 다들 욕심이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고, 오래 다니고 싶고, 누군가 나를 칭찬해줬으면 좋겠고... 결국 그 욕심을 펼칠 때 거슬리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하게 되는 건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우리는 노예다. 주인이 다들 다를 뿐, 월급쟁이들은 모두들 노예라고 생각한다. 현대화가 되면서 노동자의 권리가 생기고 다양한 법들이 생기면서 법 아래 보호받다 보니 근본적인 것들을 까먹고 살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의 돈을 받고 노동을 해주는 순간 그냥 노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업무가 끝나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주인으로 돌아간다. 내가 회사에서 일할 때는 노예지만, 일 하지 않을 때는 주인이다. 이 점을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각자 자신의 삶의 주인이자 주인공인데, 직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예이자 조연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예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나은 노예가 되고 싶어 노예가 되는 시간을 스스로 계속 늘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을 잃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없어지고 노예의 삶만 짊어진 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쓰겠지만 노예 중 특히 최악은 매 맞는 노예이다. 정신적으로 맞으면서, 어느 날 하루 상사가 혹은 대표가 기분이 좋아서 하는 칭찬에 그전에 맞았던 것들은 까맣게 잊고 다시 노예의 시간을 더 늘리는 매 맞는 노예들이 많다.


나도 한동안 그런 노예였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소고기 한 번에 기분을 풀고, 나의 20시간 가까운 시간을 다 받친 적도 있다. 돈 몇만 원에 내가 주인인 시간을 기꺼인 내주면서 그게 옳다고 정신 승리한 적도 많다. 하지만 남는 것은 돈 몇 푼과 우울증 약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뿐...


내가 단단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노예지만 회사가 아닌 곳에서는 언제나 내가 주인이어야 한다. 자꾸 노예생활에 집중하고, 노예생활에 집착하면 나는 24시간 동안 노예 역할만 하다가 끝이 난다.


한 번 태어난 인생, 나는 주인으로 살다 가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어차피 내 회사 아니고, 나는 회사 돈 받는 노예다. 그러니 정해진 8시간만 노예 짓 하자. 나머지 16시간은 주인 노릇을 하자. 


회사에서 잘려도 노예 생활에서 벗어날 뿐 나 자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충 일하자.


노예의 시간을 줄이자.


작가의 이전글 우울증 그리고 인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