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지 않는 말티즈 Jan 30. 2021

곱씹는 맛은 최악의 맛이다.

프로 반성러들을 위한 글  

나는 굉장히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특히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더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예민함이 일을 꼼꼼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피곤할 때가 더 많다. 


얼마 전까지는 내 마음, 특히 감정이 격해졌을 때 '저 사람도 이런 이유가 있어서 저럴 거야...'라는 이해심으로 모든 감정을 정리하려고 했다. 어쩌면 37년 내내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나한테 너무 엄격했고, 남에게 관대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관대할 만큼 이해해줬지만 더한 요구를 해오는 사람들에게 마치 미친X처럼 갑작스레 화를 냈다. 보상심리가 발동했는데, 이 내용은 다음에 따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어쨌든 남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감정 컨트롤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냥 꾹 참기만 했다. 마치 물속에 들어가서 숨을 참는 기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2년 정도 불면증을 겪고 있는데, 꿈속에서 내가 화가 났던 상황들이 다시 재연되면서 내가 화를 내거나 혹은 소리를 지르며 숨을 내뱉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침에 잠에서 깬다. 이런 증상을 겪은 지는 반년 정도 되었다.


이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정 컨트롤을 하는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하는 5살 어린 사회에서 만난 동생이 있다. B라는 이 동생은 내가 한참을 한풀이하듯 이야기하다가 '그래, 그 사람도 결국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한테 이랬겠지. 근데 내가 참지 못하고 짜증을 냈어. 왜 그랬을까 후회돼.'라고 말을 하면 항상 이상하다는 듯 나에게 같은 말을 하곤 했다.


'근데 왜 그걸 후회해요? 본인이 생각해서 행동을 했고, 그랬으면 된 거예요. 어차피 말은 뱉었고, 그 순간만큼은 옳다고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렇게 짜증을 내서라도 마음을 표현한 거 아니에요? 잘못한 건 없어요. 그냥 그랬다 라고 끝내면 될 것 같은데...'


라는 비슷한 말을 서로 반복한다. 


이러한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사람이 반성도 안 하면 발전이 있겠어, 내가 잘못한 것 같으면 반성을 해야지.'라고 대답을 줄곧 해왔다. 그래서 그 동생은 나에게 '프로 반성러'라고 나에게 부르곤 한다.


새로운 감정 컨트롤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 이런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냥 흘려보내자.'


B 동생이 나에게 말해준 대로 나는 분명 그 순간 그 행동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럼 그걸로 오히려 만족하고 그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곱씹지 말고 그냥 흘려보냈어야 했다. 또 나를 그렇게 보호한 자신에게 칭찬을 해줬어야 했다. 잘못했다고 반성을 시킬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법적으로 누군가를 해한 것이 아니라면, 회사 생활하면서 하는 순간의 판단과 행동에 대해서 일일이 고민하고 걱정하고 후회하면서 살기에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런데 나는 매번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들을 곱씹으며, 다시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한번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 자신을 반성시키며 정리를 했던 것이다. 


아마 이 글이 공감 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존감이 급격하게 낮아졌다면 나와 비슷한 행동을 해본 적이 없는지 생각해 봐주었으면 좋겠다. 


만약 이런 일이 많다면, 본인을 혼내지 말자. 그 순간 나 자신은 가장 옳은 선택을 했고, 그 이유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험난한 정글 같은 회사에서 나를 지켜 줄 것은 자신밖에 없다.


만약 시간이 날 때 힘들었던 회사에서의 기억이 난다면 요즘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을 추천해 본다.


파랗고 아주 맑은 큰 강물을 옆에서 본다고 상상하자. 그리고 지금 생각나는 부정적인 일들을 영화 해리포터에서 나온 것처럼 머리에서 실처럼 뽑아내어 강물에 담그자. 그럼 큰 강물 물살에 기억들이 떠내려 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보자. 흘려보내 보자. 그리고 돌아서서 다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혹은 현재 있는 공간으로 돌아오자. 마지막으로 스스로 어깨를 도닥여 주면서 '잘했어!'라고 말해보자. 


처음에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은데, 습관이 되면 회사에서 겪었던 화가 나고 짜증 났던 일들이 깨끗하게 흘러내려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더 나아가서는 '흘려보냈으니 됐어. 난 이제부터 놀래.'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방법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키포인트는 그냥 


"흘려보내자."


이다. 


작가의 이전글 '잘 함'과 '완료'는 같은 뜻일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