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활동가를 만나다 ④ / <릭하> 신혜
무포장가게에 쓸이 팝업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트랜스’에서 매주 금요일(화요일에서 최근 금요일로 옮겼습니다) 팝업식당을 여는 지구커리 민송과 함께, 매주 목요일에도 우리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주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바로 ‘릭하(likha)’의 신혜입니다. 친구와 함께 릭하를 꾸려가며 템페 생산과 팝업식당을 책임지고 있는 신혜는 매주 다양한 방식의 템페요리를 소개해주는 사람이에요. 매일 구워만 먹던 템페를 타코로, 만두로, 칩... 템페가 이렇게 다채로운 식재료구나 생각할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죠.
매일매일 ‘트랜스’하는 트랜스 덕분에 우리와 제로웨이스트 시너지를 내고 있는 친구들. 우리의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무포장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의 갈래를 펼치고 있어요. 우리에게 늘 생각의 확장을 열어주는 요리사 릭하의 신혜를 소개합니다.
‘릭하(Likha)’를 검색해보니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이름으로 쓰는 곳이 많더라고요.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인도네시아어로 ‘환대’, ‘좋은 서비스’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다른 브랜드에서도 많이 쓰는 것이지 않을까요? 발음도 인도네시아어 중에 부드러운 편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북아프리아 생활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때의 영향을 받은 이름인가요?
맞아요. 그때 꽤 좋은 환경에 있었어요. 다양한 인종, 종교, 나이가 골고루 섞여 함께 생활했었거든요. 인종이나 문화, 종교에 대한 차이를 경험했지만 그것이 차별이 되어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어요. 단 한번도요. 다양성이라는 걸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던 환경에 있었던 경험이 좋아서 저는 비건에 대한 구분보다는 다양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자 해요.
템페는 콩을 발효시켜 만든 발효식품이에요. 아직까진 템페가 생소한 문화라, 조금 더 알기 쉽게 템페를 소개한다면요?
템페는 콩 발효식품인데 콩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청국장이나 낫또와는 균 종류가 달라요. 템페 균은 콩 사이사이를 메꿔서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균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템페를 설명할때 청국장보다는 치즈를 빗대어서 설명하고 있어요.
템페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원래 콩 종류를 다 좋아해요. 저는 어릴 때 우유가 비려서 잘 먹지 않았어요. 대신 두유를 먹고 자랐는데 워낙 콩 종류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가더라고요. 템페를 접하게 된 계기는 함께 일하는 친구가 발리에 살 때 영상통화를 자주 했는데 자주 보여서 뭐냐고 물어보니 템페라고 하더라고요. 검색해보니 제가 좋아할만한 음식인 것 같아서 발리에 가서 먹어보니 정말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전에 신혜가 “인도네시아에서는 템페를 두부처럼 사간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템페를 사가는 모습은 어떤가요?
길거리에서 켜켜히 쌓아있는 것을 사람들이 그냥 사가요. 아니면 튀긴 것도 많이 사가는데 보통 템페 자체를 두껍게 튀겨서 많이 팔고, 동남아에 가면 길거리에 식당이 많잖아요. 길거리에서 파는 식당들에 가면 항상 있어요. 백반집에 두부부침 있듯 템페튀김이 사이드 메뉴로 있는 편이죠.
두부는 물에 담겨있기도 하고, 순두부 형태도 있고, 건면이나 유부의 형태도 있어요. 그런데 템페는 냉동시켜 보관하는 방식을 주로 봤는데 어떤 형태로 팔리고 있나요?
우리도 두부를 먹는 나라예요. 그런데 조리법이 다양하지는 않고, 튀기거나 굽거나하는 형태로만 많이 먹어요. 템페는 영양적으로 훌륭한 음식이라 유럽 등에서도 많이 먹고 있는데, 오히려 수출된 나라에서 다양하게 고기 대용식으로 시도하고 있더라고요. 튀김옷에 다른 옷 입힌다거나 다른 양념을 익힌다거나 베이컨 대신 템페 베이컨을 쓰기도 하죠. 그런데서 영향을 받아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어요.
릭하의 팝업을 맛보며 템페로 이렇게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구나를 느끼는 요즘인데요. 인도에서는 어떻게 먹나요? 혹시 두분은 가장 선호하는 요리가 있나요?
어떻게 하든 맛있긴 한데, 템페는 기름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는 게 맛있다고 생각해요. 기름에 굽거나 튀기거나 한 다음에 조리해서 먹어요.
템페를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요. 간단하게 소개해준다면요?
콩을 적당히 익혀서 껍질을 제거해야 하는데요. 과정에 손이 많이 가는 편이죠. 저는 200g 정도로 파는데, 콩 종류에 따라 다른데 장단콩으로 쳤을 때 생콩이 180g 정도 들어가요. 그 다음에 기계로 발효 시키는데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춰서 이틀 정도 발효해요. 템페가 갓 나왔을 때 정말 뽀송뽀송하거든요. 두부처럼 템페도 갓 나왔을 때 가장 맛있어요.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그날 아침에 빼는 이유가 갓 나왔을 때 가장 맛있기 때문이에요.
콩껍질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콩껍질이죠. 흰 장단콩 껍질 같은 경우에는 원하는 곳을 못 찾아서 버리고 있고요. 검은콩 껍질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실험적으로 천연염색을 하고 있어요. 기름은 곰솥정도 모았는데 같이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방법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요.
언제부터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환경문제에는 항상 관심이 많았어요.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요. 처음에는 분리수거 열심히 하다 이제는 제로웨이스트까지 가게 됐죠.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미니멀리즘 추구하는 편이라 계속해서 이 상태를 유지해왔어요.
미니멀라이프에 대해 각자 생각이나 철학이 달라요. 신혜에게 미니멀 라이프를 산다는 건 어떤 의미죠?
혼자 지내는 게 오래되어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계속 이동하는 삶을 살아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다. 나한테 나오는 쓰레기 없고 나한테 꼭 필요한 물건인지, 들고 다닐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고민해보고 따져보고 살아서 짐을 늘리지 않는 노력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런 신혜도 잘못된 소비를 하기도 하나요?
잘 없어요. 그 전에 항상 그렇게 샀기 때문에 잘 없는 편인데… 아, 최근에 산 것 중에 프레시백(농작물의 보관기간을 늘려주는 비닐봉투)을 샀어요. 그런데 저한테는 만족스럽지 못한 소비였어요. 확실히 오래 가는 것 같긴 한데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저한테 안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빨리빨리 소비하는 편이라 프래시백까지 쓰면서 보관할 필요는 없더라고요. 결국 프레시백은 친구에게로 갔습니다.
저는 요즘 제로웨이스트는 뭘 못 버리니까 짐이 늘어나잖아요. 다같이 쓸 수 있는 것들을 늘려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맞아요. 혼자하면 안돼요. 일인가구가 많은데 혼자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가 많죠. 그래서 리필스테이션이 많았으면 좋겠고, 공유할 수 있는 것 많았으면 좋겠어요. 작게는 공구부터요. 그래야 가볍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공간을 원하나요?
처음에는 공간을 원하지는 않았는데 제로웨이스트 숍에 사람들을 불러오기 위해 픽업형태를 고수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셔서 공간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에는 템페를 만들다 후무스를 만들고 있는데 음식을만든다기 보다는 하고 싶은 건 이런 흐름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금방 사서 금방 소비하고 가볍게 자기 할 일에 집중 할 수 있는 공간이요. 워크숍 같은데 참여하고, 제로웨이스트를 혼자 안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기보다는 다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다른 분들보다 좋은 상태인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에는 필요한 게 별로 없거든요. 똑같은 것을 삼시세끼 한 달동안 먹어도 질려하지 않는 편이고요. 저같은 경우에는 그런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월한 것 같아요. 휴대폰 없이 지냈던 적도 있고. 남들이 생각하는 불편함에 무딘 편이에요. 그래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제로웨이스트나 친환경 삶을 살기 위해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요?
지금은 삼베마스크 없으면 안 돼요. 제일 잘 써요. 디자인이 잘 돼서 정말 편해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지향하지만 잘 안되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요. 보존기간을 길게 하려면 보존제를 넣어야 하는데 가장 강력하잖아요. 환경에 좋지도 않고 사람들에게도 좋지도 않고. 대량으로 사서 한번에 쟁여두지 않아요. 이런 것들 최대한 음식물 쓰레기 덜 나오게 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얼마까지 받아들여줄까. 도전이고, 다른 방법으로 풀어보려 노력해요.
우리가 파는게 세상에 처음있는 획기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콩을 사용한다든지, 앞으로 녹두나 팥도 넣을텐데 후무스, 비건치즈, 이런식으로 우리 색 넣으면서 국산농산물 사용하고 있죠. 아무래도 소규모다 보니, 대형없체에서는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요. 이런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신혜는 ‘무포장가게 쓸’의 농산물 단골이에요. 어떤 어떤 농산물을 맛봤고, 어땠는지 궁금해요.
저는 무포장가게 쓸의 최대 수혜자가 저라고 생각해요. 제품 질도 너무 좋고요. 무포장 살 수 있는 곳 많지 않은데. 사실 여기 말고 가는데가 농산물 직판장, 전통시장 가는데 정말 안 될때에는 규모 있게 크게 사거나 1:1로 살 때는 한 곳을 지정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있는데 정말 편해요. 그래서 종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사실은 무포장가게가 많아지는 것보다 그런 옵션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다양성이 자연스레 받아들여 졌으면 좋겠죠. 무포장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장 권하는 현실이 안타깝거든요. 무포장 옵션이 있고, 무포장을 요구하는 것에 기분 나빠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릭하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세상에 대한 꿈도, 사업적으로 그리는 미래도 궁금해요
제가 하고싶은 일은 템페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런 문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제가 살면서 보고 느껴왔던 것에 비해 우리가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로웨이스트도 마찬가지고 다른 비건 지향도 똑같은 문제거든요. 내가 제로웨이스트 지향하기 위해 제로웨이스트 물건 사거나 버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다양성이 인정받는,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미래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양성이 있어야 하고, 뭘 사러갈 때도 옵션 많고 판매하는 분들도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저도 그런 옵션을 많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혹시 인터뷰를 하게 된 김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단어에 너무 프레임을 씌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건, 제로웨이스트 프레임에 갇히기 보다는 자기 자리에서 하는 일 하다보면 자연스레 일어나는 이 모든 것들 팩트에 기반되고, 비건 하고 싶은데, 제로웨이스터인데.. 죄책감 많이 느끼고,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에요. 그래서 그런 프레임을 씌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하는 사람 있으면 좋은 것 배우고 실천하고요.
우리는 너무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비건 식품 하고 있으니까 그런 잣대를 들이대는 분들 많아요. 그런데 저는 제로웨이스트 식품으로 실천할 수 있는 옵션 드리고 싶고 편리하게 하고 싶은 사람이지, 비건을 강요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비건이나 제로웨이스터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소수예요.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