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커 송경호 대표가 말하는 제로웨이스트숍의 핵심
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을 합친 ‘그로서란트(grocerant)’라든지, 처음부터 재활용할 것 조차 만들지 않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이라는 개념은 지난 2016년, 한국의 첫 번째 제로웨이스트숍으로 불리는 ‘더피커’의 등장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더피커의 송경호 대표 역시 물건을 사고 난 이후에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포장 쓰레기가 불편했던 한 사람의 소비자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소비자의 거절할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가게를 찾을 수 없어 긴 준비과정을 거쳐 아예 창업했다.
더피커는 소비자에게 쓰레기와 환경문제를 들며 죄책감을 주기보다 “멋있고, 예쁘고, 특이한” 식품과 물건의 매력을 통해 친환경을 알리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만든다. 플라스틱을 혐오하고 죄책감을 주는 것 보다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해 소비문화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의 쓰레기 대란 시대를 슬기롭게 해쳐나가는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
한국의 첫 번째 제로웨이스트숍이니, 우리나라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이에요. 시작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매장을 운영하는 부분에서 ‘포장이 없다’는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생산부터 유통하는 과정을 아예 재구성해야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국내에 도움받을 수 있는 데가 전혀 없었고, 해외 사례를 참고해봐도 유통체계나 관련 법령이 달라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생산자를 직접 찾아다니고 소통했어요. 그중에서도 포장 없이 벌크로 보내주는 분들, 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분들이 적어서 처음에는 체계를 만드는 것들이 어려웠죠.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이런 소비를 하는 사람과 정보가 없거나 어려워하는 사람의 간극이 커요. 이 부분을 계속 개선해나가고, 손을 뗄 수 없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표현해도 될까요?(웃음)
처음에 생산자를 만나서 “포장 없이 물건을 팔아보고 싶습니다”고 했을 때 반응이 궁금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두려워하는 분들도 있었고, 불쾌해하는 분들도 종종 계셨죠. 벌크로 소분 포장 없이 달라는데, 대량구매 하지도 않을 거면서 그렇게 요구하는 자체가 무례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분들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야 했고,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어요.
그때 느낀 게 ‘누구에게나 생업이구나’ 하는 거예요. 특히 농민들은 생활 자체가 환경과 맞닿아있는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을 왜 싫어하겠어요. 해야 하는 일이라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해오던 생활의 기반을 완전히 바꾸는 건 다른 얘기거든요. 당장 원래의 체계,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 단 한 사람이 가서 예외를 적용해 달라고 하는 것들이 그분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고 오랜 대화를 나눠야 하는 부분이 많았죠.
단번에 좋다고 하는 생산자도 있었나요?
소농들은 오히려 좋아하세요. 저희가 제로웨이스트숍을 준비했던 2015년도에 유통마진 문제가 사회적으로 조명되면서 농가 브랜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체험농장도 하고 직접 포장을 다 해서 출하하거나 꾸러미 만들어서 직접 배송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졌을 때라 농장의 규모와 상관없이 포장이 이미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도 작은 규모의 농장에서 건강하게 다품종 소량 생산하시는 분들은 이런 제의를 드리면 좋아하고 동조해 주시고, 지금 우리가 하는 포장이나 꾸러미를 뭐로 바꾸면 좋겠냐고 역으로 물어봐 주시기도 했죠.
소농들은 가족 비즈니스니까,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유연하게 바뀔 수 있을 텐데요.
더피커는 작은 것들을 추구해요. 이를테면 규모가 작은 소농과 생산자들은 고비용의 시설 자체가 없어요. 뭔가를 바꾸려고 할 때에도 개인의 노동단위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죠. 반면에 대량생산을 하면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거든요. 예를 들어 벼농사를 한다고 하면 기업 차원의 대규모 농업을 하시는 분들은 사람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요. 모내기할 때도 기계가 와서 착착 심고 추수와 동시에 탈곡까지 해서 포대로 탁탁 나오거든요. 그랬을 때 저희가 뭔가를 요구했을 때 한 작은 업체가 와서 이런 걸 요구했는데 실현해주려고 하면 이 부분을 완전히 들어내고 다른 프로세스로 바꿔야 하는 것이 어려워요.
저도 풀풀농장을 좋아하는데, 풀풀농장의 조동지(토종쌀 품종)를 봐서 반가웠어요. 쌀을 풀풀농장에서만 가져다 쓰시는 이유가 손으로 모든 과정을 하기 때문인가요.
일단 토종쌀의 생육환경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예전에 풀풀농장의 쌀을 받기 전에도 우보농장 토종쌀 워크숍도 굉장히 자주 참가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풀풀농장도 토종벼를 길러내고 자연순환농법으로 다양한 농작물을 길러내니까 관심이 생겼죠. 저희는 생산단계도 체크를 많이 하는데요. 특히 쌀 같은 경우는 ‘기계 농사의 전형’이라고 하잖아요. 풀풀농장은 기계를 안써서 탄소배출도 적고, 비닐도 거의 안쓰니까 그 과정에서 건강하게 자라면서 부산물이 순환되는 농사법이더라고요. 쓰레기 없는 매장, 쓰레기 없는 삶과도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심하다가 취급하게 됐죠.
처음에는 그로서리와 레스토랑 중심으로 운영하며 농산물도 많이 판매했죠.
마트에서 비닐 한겹 싸놓는 것이 엄청난 영향을 주는구나 그때 깨달았어요. 신선함을 유지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부분들인데, 레스토랑에서 회전이 되니 신선채소도 같이 취급을 할 수가 있었죠. 창업 초기에는 신선채소가 엄청 많았는데 지역민분들이 많이 찾으시는 채소와 내부적으로 레스토랑 파트도 같이 소모할 수 있는 것들만 남게 됐고, 이전하면서 레스토랑 파트를 정리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신선채소들을 상시로 판매하고 있지는 않죠. 원래는 작년 겨울로 넘어갈 즈음 채소 매대를 운영 했었거든요. 비정기적으로 거래하던 농민들이 판매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계속 연기되고 있어요.
농산물을 레스토랑으로 순환해서 운영한다는 게 좋은 말로 들리지만, 사실 그것 때문에 발생하는 노동이 어마무시 하잖아요.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사실 저희가 운영을 하면서 농산물과 요리에 관한 전문가도 없는 상태에서 운영을 했기때문에 가장 심플하고 쉬운것으로 했어요. 스무디나 샐러드, 샌드위치 처럼 요리라기 보다는 조리하는 방식이요. 가장 심플하게 했는데도 많이 힘들었죠. 레스토랑이 굉장히 노동집약적이라는 걸 하면서 알았거든요. 그럼에도 그로서리와 레스토랑 파트를 연계한다는것 자체가 의미는 있어요. 법적으로도 취급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늘어나요. 식재료를 포장없이,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순환하면서 쓰레기가 혁신적으로 많이 줄어들긴 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때는 적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레스토랑 운영은 힘듭니다.(웃음)
레스토랑 파트를 잠깐 쉬면서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다고 했죠, 어떻게 넓어졌나요?
소비자 인식단계는 어느정도 많이 올라왔으니깐 이제는 조금 시장의 다른 주체들을 건드려봐야 겠다는 생각에 정부기관이나 기업들과 협업하기도 하고, 신사업, 컨설팅, 사내교육을 하며 다양한 것들을 넓혀가고 있어요. 그런 과정에서 우리 매장 규모가 변형, 축소가 했어요. 누군가 보고 적용하기에 간소한 정도로요. 이것을 기반으로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정부, 기업, 소비자 이렇게 잡고 있는데, 소비자 축이 자생력이 커졌어요. 환경, 폐기물쪽에서 시민주체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처음에 비하면 굉장히 많아졌고 인식은 있는데 실천기반이 없어요. 이런 인프라를 기업이 책임지고 바꿀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어요.
신선농산물은 없지만 건조 농산물은 판매하고 있죠. 관리가 까다로운데 어떡하세요?
유통기한에 맞춰 판매하고 있는데 회전이 잘 되어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어요. 그런데 이전하고 나서 올해 첫 여름을 맞았는데 예년보다 비가 많이 온 올 여름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건과일류 몇 종과 견과류 몇 종을 막아놓은 상태예요. 선도관리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표기도 중요하고, 관련 법을 많이 조사하고 자문받고 적용하는데, 그 또한 선도관리와 동일하게 공들여야 하는 부분이죠.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서구권은 법을 개정할 때 시민의식을 반영하는 구조가 잘 돼있어요. 시민활동이 밀고 나가면 법률에 반영이 되고 기업에 반영이 되는데 동북아시아 지역은 정부주도형으로 바뀌다보니 시행착오가 많아요. 아시아권이 그런 분위기를 공유하고있다보니깐 태국, 베트남 업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불법이래요. 원래 취급 못하는데 국가 특성상 좋은일 한다는데 뭐 이런 느낌이라 암묵적으로 봐주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소통하고 있는데가 환경부뿐인데, 환경부에서 관련 법률에 대해 오히려 저희한테 물어와요. 부서간에 법률에 대해서는 해박하지 않다보니깐 시행착오도 있고요.
꽤 오랜시간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하며 손님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셨을텐데요.
2015년 1월의 성수동은 그냥 주택가였어요. 주변에 큰마트도 없고 작은 마을 공동체 느낌이 강했죠. 예술가들이 머물고 사랑방 같은 매장이 많았는데, 문을 활짝 열고 차 한잔 마시며 쉬라고 붙여놓는 그런 동네였어요. 이곳에서 사회적 가치를 제시했을때 이분들이 어떻게 바뀌고 길거리 외관이 어떻게 바뀌고 이런것들을 가시적으로 볼수있을것 같아서 선택을 했거든요. 물론 빠르게 상업화되면서 무뎌지기는 했지만 그 가운데서 소통은 굉장히 많았어요. 근처에 계신 주민들이 동네에 못보던게 생겼으니깐 그냥 오세요. 레스토랑이 생겼으니까 뭐하는 곳인지 묻고, 친구들도 불러오고. 우리가 망할까봐 빨리와서 사주라고 해요. 그런 과정에서 설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생기거든요. 그러면서 정보가 많아지고 인식이 바뀌고, 자부심있는 소비로 변화하는 모습이 뿌듯하고 좋았어요.
큰 흐름으로 봤을 때는 처음에는 특이하니깐 그로서리, 제로웨이스트숍으로 언론에 소개되면서 찾아오는 분들이 생겼고, 그 다음에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제로웨이스트와 결이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원하시는 분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제일 결정적이었던 것은 재작년에 생긴 쓰레기대란이에요. 오시는 분들의 전형성이 없어져버릴 정도로 다양한분들이 구분 없이 찾아와 주셨어요. 초반에는 이런 걸 상상해 본 적 없거든요. ‘기업이 환경적인 인프라로 변해가면 소비자 인식도 변해가겠지’ 했는데 일련의 사건들로 시민의식이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가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우왕좌왕하는 것들이 느껴져요.
저희는 처음 시작할 때 일단 제일 주요한 키워드로 시장문화의 회복을 잡고 시작했거든요. 쓰레기나 시장 변화 보다 일반적인 주체로서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 시작할때 비영리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배제하고 시작했어요. 일단 시장을 바꾸려면 시장의 주체여야 하고 자생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요.
제로웨이스트숍이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되니까 잘 되는 것처럼 겉으로는 보여요. 하지만 막상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요. 더피커는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버텼나요?
사실 어려운 부분이에요. 외부자본 없이 시작하다 보니 사실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앞에 있어야 해요, 무조건.
지금은 확산을 위해서 자본에 대해 고민을 하고있는데 크기가 작게 시작을 하다보니깐 운영을 하면서 수익이 나는 것들로 자본을 채워나가야 하는 눈물의 굴레가 있죠.(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원하는 것들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하나의 목표이긴 해요.
과정에서 조금 삐끗하면 신경을 계속 쓰지 않으면 자금관리가 안돼요. 그런부분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인데 운영하는 분들은 다 그런 생각을 할 거예요. 언론에 많이 보이고 해서 시작한 분들도 있어요. 그만둔 분들도 있고요. 요즘 카페가 엄청 많잖아요. 기술 기반이 있으니깐 아무나 다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쉽게쉽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아직은 쉽게 하기에는 신경써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법률적인 부분이나 자금, 유통... 새로운 부분들이 너무 많다보니깐 이런것들을 샘플화, 모델화하는 작업들을 누군가는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운영하다 보면 저희나 소비자들이나 혼동이 되는 것들이 있어요. ‘개인이 해야할 일이 아니라 나라가 해야하는 일인데 왜 너희들이 하고있냐’, ‘돈(수익)은 되냐’ 묻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도 헷갈리거든요 하다보면. 제로웨이스트숍은 영리와 비영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예요.
매장을 운영하며 언제 가장 기뻤나요?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람있는 것들은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단골이 되어주는 것들이에요. 아이가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아이가 어른보다 인간이 아닌 생명체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우리 때문에 누가 아프다는 것에 대해 같이 아파해요. 부모님은 되려 옆에서 당황하고 아이가 용돈으로 물건을 사는 경우를 두 번 정도 봤어요. 그러고 나서 부모님들이 단골이 되어서 아이랑 자주 오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은 개인적으로 감동이고 미안하기도 하죠. 저지른 것은 윗세대인데 아이들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기억에 남아요.
운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예전에는 많이 외로웠거든요. 외부적으로 이상한 시선들도 있고 얼마나 가는지 지켜보는 시선도 있었는데 소비자 인식이 바뀌다 보니 기업들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죠. 그런 과정에서 저희는 쌓아놓은 것이 있다보니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죠. 저희도 이상하게 처음에는 “아직은 대외비인데...” 하면서 기업명을 밝히지 않고 연락이 와요. 꼭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생겼구나 하는 것들을 보면 감동적이죠.
그런 감수성을 갖고 있는 구성원 하나가 회사를 설득한 느낌인가요?
그런것 같아요. 사실 기획서를 쓴 것들을 보면 아무래도 중간 관리자인데 그분들도 저희와 미팅을 하고 저희가 꼭 윗선을 설득시키겠습니다 하고 돌아가세요.
그렇게 설득된 업체 이야기도 궁금해요.
아직 진행되는 부분은 오픈이 어려운 부분들도 있는데 유통업체는 두 군데 정도 있고 오픈된 곳은 ‘올가홀푸드’요. 물론 저희는 기준이 좀 다르니깐 아쉬운 부분들도 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했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올가홀푸드도 잘 된 사례이고, 다른 유통기업들도 내부적으로 택배상자 재생하는 것부터 준비하는데도 있고 그렇게 바뀌어 나가는데가 늘어나는 게 기분 좋죠.
소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문제에요. 소비를 ‘돈주고 사오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고 경제학 용어로 그렇게 정리된 부분도 있긴 한데, 사실은 소비라는 것은 물건이 생산되는 순간부터 폐기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고 소비자가 참여하는 것은 구매단계부터니깐 여기서 참여를 했으면 폐기단계까지 책임지고 소비의 마침표를 찍어야죠. 유행이나 개인취향이 바뀌었다던가 조금 스크레치가 났다던가 해서 소비가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버려지지 않고요. 이런것들은 소비가 완전히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고있어요. 이런것들만이라도 정리가 된다면 사실 쓰레기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거든요.
더피커가 바라는 시장문화는 무엇인가요.
쓰레기에 관심을 가지고 오셨는데 소비문화를 이야기하면 당황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사실 쓰레기라는 단어만 파고 들면 생기는 문제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플라스틱 혐오요. 소재에만 집중하면 장기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워요. 왜냐면 플라스틱이 아닌 제품을 만나기도 어렵고 플라스틱을 대체했다고 해서 그 재료가 환경적이라는 담보가 전혀 없거든요. 그런것들이 소비적인 맥락이에요. 자원을 소모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우리가 역사상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로 살아가는 사회가 구축된것이 얼마 안 됐잖아요. 그 과정에서 쉽고 값싸게 만들어지는게 많아졌고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쓰레기, 플라스틱이나 합성물질이 생겼고, 예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양의 쓰레기를 만들었어요. 이 부분은 소비문화가 어느 적당한 지점이 됐을 때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거든요. 사실 플라스틱이라도 오래 사용하면 상관없거든요. ‘제로웨이스트’ 단어 자체의 한계일 수 있어요. 모든 프로세스가 순환되어서 옳게 돌아갔을때 정말 쓰레기가 제로라는 이상향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내 생활에서 절대 쓰레기가 나오면 안돼” 그것이 제로웨이스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좀 어렵게는 느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