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포장가게, 어떻게 만들까요?
사실 저희도 잘 몰라요. 마침 각자 머릿속에 구상하던 이미지는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그대로 꺼내서 현실로 옮기는 일이란 무척 어려운 법이죠.
처음 무포장가게 프로젝트 매니저를 제안받았을 때, 미식 도시로 유명한 일본 고베 파머스마켓에 취재를 하러 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농민이 농산물을 싣고 온 트럭을 그대로 공원 안에 주차해 매장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한 파머스마켓의 풍경과 3시간이라는 지치지 않는 시간 운영 시간. 제철 채소가 깔린 아름다운 파머스마켓의 풍경보다 제 마음속에 들어온 건, 바로 농민과 소비자들에 대한 파머스마켓의 배려였어요.
일본은 주차 비용이 굉장히 비싸서 트럭을 그대로 공원에 주차할 수 있는 것만으로 주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트럭을 그대로 매대로 사용하며 무거운 농산물을 옮겨야 하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죠. 그러면서 농민들이 농산물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와 매칭해 트럭에 세워서 진열할 수 있는 효율적인 매대를 함께 만들도록 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배려의 기획을 할 수 있었을까요. 마침 파머스마켓을 둘러보다, 이 마켓의 기획자인 이와노 타스쿠 씨를 만날 일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획을 만들었냐고 물어보니 이런 말을 하더군요.
처음에는 고베시에서 농산물을 더 잘 팔기 위해 인증마크를 함께 만들자고 했어요. 하지만 일본에는 이미 인증마크가 국가와 지역까지 합치면 몇십 가지가 되는데 굳이 인증마크를 또 만들어야 할까,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농민들과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더니, 사실 농민과 소비자는 서로를 직접 만나기를 원하더라고요. 그래서 파머스마켓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남들도 다 하는 파머스마켓, 고베시는 왜 이렇게 돋보이나 했더니 이런 배경이 숨어있었더군요. 그래서 우리도 이와노 타스쿠 씨에게 배운 대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7월 9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진행했고, 총 336명의 응답자가 참여해 줬습니다. 그 결과를 독자들과도 살짝 나눠봅니다.
무려 76.6%의 응답자가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들어본 적 있거나 알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놀랍도록 높은 수치(!)를 보일 수 있었던 건, 매거진 <쓸>과 활동가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인지 50%가 넘는 응답자가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답변을 남겨줬습니다. 유입경로가 어떻게 되었든 우리는 여기서 작은 희망을 보았어요.
무포장가게를 하려면 용기를 직접 들고 와야 하는데요. 그 시작은 텀블러를 생활 속에서 얼마나 꾸준히 들고 다니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평소에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지 여부를 물었고, 62.8%의 응답자가 평소에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아도 되겠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많은 매장들이 에코백과 종이가방을 재사용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니 90%가 넘는 응답자가 ‘이용한다’고 답했습니다. 보냉백, 얼음팩, 신문 등의 포장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마침 매거진 <쓸> 사무실에도 종이가방과 포장재가 많이 쌓여있습니다. 이것이 <무포장가게 쓸>에서도 꾸준히 순환되는 것을 꿈꿔도 되겠죠?
지금까지 설문지 조사에 솔직히 대답을 했는데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불편해 보이지만 이용해 보고 싶어요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요. 전국적으로 동네 곳곳으로 퍼져 주세요. ㅠㅠ
매거진 <쓸>을 통해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꾸준히 해왔어도, 이런 가게를 여는 것은 우리에게 기우가 많은 커다란 도전입니다. 하지만 설문을 통해 응답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며 힘을 얻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이후 위생에 대한 의심을 놓지 않는 응답자의 의견, 소비자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다양한 의견을 보며 우리도 고민의 끈을 계속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무포장가게를 기획할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만큼 두려운 요즘. 우리의 5개월이 여러분과 고민하고, 조금이나마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유펑 magazine.ssss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