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lias Mar 24. 2024

사춘기 딸과 홈베이킹(9)

진실성과 성형?

겉은 바삭 속은 쫀득쫀득, 크랙쿠키.

재료 : 박력분, 베이소다, 달걀, 소금, 설탕, 버터, 초콜릿, 말차가루

으니: 반죽 안과 밖의 익는 속도 차이로 인해 표면에 자잘한 크렉이 생기는 거야, 엄마.

엄마 :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문과는 아니네, 이과 체질이네~

니: 이런 건 기본인데... 이걸로 이과체질이라 하기는 좀...

엄마: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냥 이론이 들어가면 머리가 아파! 지난번 에어프라이어하고 전자레인지 차이 설명해 줄 때도 그랬지.

으니 : 머리 아플게 뭐 있어. 그냥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잖아.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음식물을 데우는데, 마이크로파는 직진만을 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안의 판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음식이 골고루 익어. 에어프라이어는 가열된 공기를 이용해 음식의 수분을 빼앗아서 바삭하게 해 주고... 그래서 크랙쿠키처럼 겉바속촉이 될 수 있는 거지. 전자레인지는 안되고~

엄마:... 이해는 대충 되는데 그런 얘기가 그냥 낯설다니까. 요리나 제빵사하면 안돼?

으니: 그건 아냐...


으니는 현실적인 감각이 뛰어나고 실용적 측면을 강하게 여긴다. 주방에 있는 재료들에도 관심이 많고 집안의 자잘한 물건들의 변화에도 민감하다. 래보다는 지금 이 시기에 즐길 수 있는 경험들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현실에 충실한 경험주의자라고 할까.


아직 솔로인 지인이 묻는다. 성형한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밝혀야 되는지.

 : 뭐 그런 걸 밝혀요. 요즘 성형이 드문 일도 아닌데...

지인: 그 남자가 얼굴에 반한 거라면요? 조금 한 게 아니라 아예 딴 사람인 수준. 엄마도 몰라볼...

나: 음, 조금 고민이 되네요. 처음에 얼굴에 반했어도 사귀면서 다른 부분도 좋아하게 된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지인: 그럼 모르고 있다가 결혼해서 한참 후에 아이를 낳고 나서냐 알게 되면요?

나: 할 수 없지요.ㅎㅎㅎ

지인: 그럼 바꿔 생각해 봐요. 선생님 남편이 다 고친 얼굴인데 10년 정도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면?

나: ㅋㅋㅋ 좀 힘든데요. 아이가 있다면 할 수 없이 받아들일 것 같긴 한데 결혼만 한 상태라도 마음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인: 전 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심한 수준이 아니라 가벼운 성형이라도.

나: 만나서 그 걸 묻지도 않았는데 말하기가 애매하잖아요.

지인: 사귀기로 한 시점엔 묻지 않아도 밝혀야 된다고 생각해요.

나: 어렵네요. 커플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외모가 가장 중요해서 외모에 반했다 하면 밝혀야 할 것 같아요. 단순히 성형 유무의 사실보다는 그분의 가치관과 연결된 부분이라 생각되어서요. 살아가면서도 돈쓰임이나 노화. 양육에 대한 갈등이 계속 생길 거예요. 만약 두 분의 미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지인: 전  애인이면 서로에게 아무런 숨김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작은 성형도 말해야 되고. 뭐 얼굴에 신경 쓰는 남자는 별로라...

나: 본인의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남자도 예쁜 여자는 좋아하는데...ㅎㅎ 굳이 자연스러운 성형을 밝혀 시작을 막을 필요가 있을까요? 전 애인이나 부부사이에도 비밀은 있다고 보거든요. 진실하다는 게 모든 걸 다 공유하는 의미는 아니라 생각해요.

지인: 나중에 알고 헤어지는 것보다  차라리 시작을 안 하는 게 생산적인데...


끝이 안 난다. 복잡한 문제고 답도 없다. 이럴 때 난 으니에게 자주 물어본다. 그 이유는?


엄마: 성형한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말해야 될까?

으니: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 그런데 성형 수준이 어느 정도야?

엄마: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게 된. 딴 사람이 된 수준.

으니: 아~첨엔 쌍꺼풀이라 생각해서 뭐 이런 질문을 하나 했지.(좀 생각을 하더니) 말해도 되고 안 해도 돼.

엄마: 남자친구가 여자 얼굴 때문에 좋아하는 거라면?

으니: 오직 그 이유 때문이겠어? 어쨌든 내 답은 같아.

엄마: 정말 아무 상관없다는 거야?

으니: 응, 바뀐 그 얼굴을 좋아하면 됐지. 그게 나니까. 현재의 날 좋아하는 거지 과거의 날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 지금이 중요해. 하지만 과거 모습이 궁금하긴 할 것 같아 ㅎㅎㅎ


역시 으니다. 으니의 깔끔한 답은 늘 내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는 내 안에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