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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타는브랜더 Sep 12. 2022

토스로 본 브랜드의 리브랜딩

리브랜딩? 그게 뭔데?

"토스 리브랜딩 한 거 봤어요?"

아무래도 일하는 분야가 분야다 보니 아침부터 토스 소식으로 회사에서 이야깃거리가 한가득이다.

최근 심준용 크리에이터 디렉터님이 지그재그의 리브랜딩을 이끌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리브랜딩 했다는 소식을 듣기고 했고 우리 회사에도 리브랜딩 하고 싶다는 다양한 문의가 오는 것을 보니 요즘 '리브랜딩' 시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리브랜딩에 대해 간단하게 쓰려고 합니다.



브랜드들은 리브랜딩을 왜 하는 걸까?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비행사가 꿈이었고, 초등학교 시절에는 축구선수였다가 고등학교 무렵에는 대학교수 그리고 지금은 나의 가치관을 넣을 수 있는 나만의 브랜드를 가지는 것으로 변해왔습니다. 이처럼 성장함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지향하는 것이 바뀌 거나한 인생의 대전환점을 맞기 마련입니다. 브랜드들도 바로 그런 지점에서 리브랜딩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종종 리브랜딩을 단순한 디자인의 변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적 변화는 리브랜딩의 부수적 조건이지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리브랜딩은 단순히 비주얼, 로고 등만의 변경이 아닌 기존의 브랜드의 경험을 바꾸고 이것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의 지향점을 인식시키는 과정입니다. 즉 로고의 변화는 리브랜딩을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요소인 거죠.

최근에는 던킨 도너츠로 바뀌었지만 리브랜딩의 예시를 얘기할 때마다 예시로 드는 것이 스타벅스입니다. 

<각각 도넛과 커피라는 표현을 로고에서 삭제했다.>

두 브랜드 모두 기존 로고에서 도넛과 커피를 뺐습니다. 던킨도너츠는 전체 매출의 60%가 도넛이 아닌 커피 등 음료에서 거둬들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넛 가게'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70년 만에 변경을 했고, 음료 중심의 리브랜딩을 위해 미국에서 음료와 관련된 제품들을 공격적으로 내놓았고 미국 보스턴의 ‘하푼 브루어리(harpoon brewery)’와 콜라보를 하여 한정판 맥주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벅스는 단순 커피 산업이 아닌 은행업까지도 진출했지만 커피라 단어로 인해 사업이 국한되는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커피를 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거죠. 

결국 사업이 확장되거나, 새로운 기회를 엿보거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할 때 리브랜딩을 시도하게 되는 거죠. 즉, 리브랜딩이란 처음 마련된 브랜드라는 하나의 공간을 사용하고 경험하면서 '필요하다 생각했던 부분, 불필요했던 부분, 혹은 아예 새롭게 추가되어야 하는 공간'을 수정하고 만들면서 우리의 브랜드를 더 확장하고 구체화하는 하나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토스도 비슷한 맥락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했다고 생각합니다. 

토스는 3차원의 디자인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토스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각오로 ‘새로운 차원(New Dimension)’의 의미를 담은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습니다. 토스의 리브랜딩 기사를 살펴보면 "이번 리브랜딩이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바라면서 토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앞으로의 도전을 위한 다짐이자, 쉽고 간편한 금융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금융’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합니다. 

"그 행성에 어떤 새로운 걸 경험을 실어 우리에게 다가올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하나의 고정된 별이 아니라 행성으로 심벌을 표현한 건 토스가 앞으로 취할 모션의 색깔을 확실하게 말해주는 듯합니다."

<‘새로운 차원의 금융’을 만들어갈 새로운 토스 로고>

토스는 하나의 행성을 그렸다고 표현했고, 앞으로 다가올 토스라는 행성이 되어 다가올 주제는 금융이 메인이겠지만 앞으로는 통신일수도 콘텐츠일 수도 커뮤니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한다는 내용을 통해 토스도 리브랜딩을 통해 금융이라는 메인 외에 새로운 확장을 그리는 것이라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내용을 보면서 토스가 그리는 새로운 차원의 금융이 어떤 것인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감을 가지게 되네요.



그럼 리브랜딩은 어떻게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브랜딩의 핵심은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지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리브랜딩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브랜드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없죠. 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신하고 성장해야 합니다. 최근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하고 계속 나오는 매력적인 브랜드들과도 경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서 리브랜딩을 하는 경우도 있고,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기업이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리브랜딩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제가 중요하게 말하고 싶은 점은 바로 기존의 브랜드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간혹 주변에서 '싹 다 바꾸고 싶다.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말 다 바꾸고 싶다면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리브랜딩이 아닌 거죠. 앞서 말한 기존의 브랜드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기존 브랜드가 가지고 있었던 철학, 가치를 적절히 가지고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브랜딩은 브랜드를 새롭게 단장하는 것이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 분야 3대 석학인 캐퍼러 교수(프랑스 파리 경영대학)도 한 인터뷰에서 “경영진 입장에서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지우고 싶어서 리브랜딩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지만, 맹목적으로 버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원하는 지향점이 무엇이고,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파악한 뒤 리브랜딩의 범위와 대상을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또 다른 석학인 케빈 켈러 교수(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도 메타버스 시장 공략에 나서며 2021년 사명을 바꾼 메타를 예로 들며 “사명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메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비전은 보여줬지만, 그동안 쌓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그는 “페이스북의 ‘메타 변신’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더 지켜보자”라고 언급했습니다.


제 경험에 빗대어 봤을 때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기업의 임직원들과도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 회사는 이런 점이 참 좋아요', '이런 게 외부에 잘 안 알려져 있어요', '한번 잘 못해서 생긴 인식이 잘 안 없어지네요.' 같은 이야기를 처음에는 다 안 좋다고 말하다가도 나중에는 말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결국 이런 어디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은 공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좋은 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우리가 가져가야  할 것과 바꿔야 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리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자기의 브랜드를 리브랜딩 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신중히, 그리고 시간을 들여서라도 우리가 가지고 가야 할 것은 무엇이며, 버리야 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토스의 본질은 변하진 않지만 앞으로의 도전을 위한 다짐.' 이라는 멘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브랜들 일을 하면서 이렇게 도전적으로 카피를 쓰고, 선언을 한다는게 참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정말 토스만의 색을 잘 담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토스의 리브랜딩을 보면 기존의 토스가 가지고 있던 가치들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좋은 점을 다 가지고 오면서 자신들의 방식대로 해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변화할 토스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심어주면서요. 이번 리브랜딩이 성공으로 평가받을지 메타처럼 실패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확실히 토스도 자신들의 방식대로 확장의 가능성까지 열어둔 좋은 리브랜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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