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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ug 18. 2022

적당함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적당히 좀 하지?"


더운 여름이 서늘하게 느껴질 만큼 냉기 섞인 목소리였다. 저녁을 먹으며 심한 장난을 치는 아이에게 내가 뱉은 말이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 또 장난을 치던 아이가 물었다.

"엄마, 나 지금도 적당히 아니었어? 적당히가 어려워.”

"적당히는 멈춰야 할 때를 아는 거야. 눈치 있게 굴라는 거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이는 잠이 들었다.


혼자 남겨진 밤, 아이의 질문이 떠올랐다.

'적당히가 뭘까?'


@pixabay


적당히의 기준은 누가 세운 것인지, 기준이 있기는 한 것인지 생각해 봤다.

그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다.

살아오며 저마다의 기준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 역시 내가 겪은 경험치를 아이에게 전달해 주고 가르쳐준다는 이름으로 '적당히'라는 애매한 기준을 세운 것이다.


기준이라 하면 어느 상황에서나 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내가 좋은 것은 참아주고 싫은 것은 안된다고 내 취향을 그대로 물려주고 있었던 것 같다.



어른인 나도 어디서 멈춰야 할지 '적당히'를 매번 고민한다.

사람들과 만나고 집에 돌아와 말실수는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때로는 선을 넘고 실수해서 후회한 적도 많다.

나도 아직 이러고 살면서 이제 겨우 열 살 남짓한 아이들에게 적당히 하라니...


어린이를 만드는 것은 어린이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안에는 즐거운 추억과
성취뿐 아니라 상처와 흉터도 들어간다.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어린이의 것이다.
남과 다른 점뿐 아니라 남과 비슷한 점도,
심지어 남과 똑같은 점도
어린이 고유의 것이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에서는 아이의 성취뿐 아니라 상처도 아이 자신의 것이라 한다. 자라면서 경험하는 모든 추억이 아이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은 어설퍼 보이고 부족해 보여도 내 아이이고, 남들보다 뛰어난 것 없이 지극히 평범한 모습도 내 아이이다.

이 모든 것이 아이 고유의 모습이다.

아이가 추억을 만들다 넘어져 생채기가 날 수도 있고,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어른의 기준으로 바로잡아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 수 있도록 아이를 그대로 지켜봐 주는 것이다.  


@pixabay



다음날 아침을 먹으며 어젯밤 일을 생각해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른인 엄마도 여전히 적당히가 어려운데 아이들인 너희에게는 더 어려운 일이라고...

선을 넘지 않을 필요는 있지만 엄마의 기준에 맞춰 고민하지 말고 아이답게 자라라고 했다.

알쏭달쏭 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아이답게라는 말도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냥 지금처럼 커주면 좋겠다.


아이답게 크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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