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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른백산 Aug 30. 2021

90년대 감성에 나얼 감성이 더해졌을 때,

노량진 이용신 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매 회차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낀 감정은 '즐겁다'였습니다. 아마도 서로 적정선을 지키며 소통해야 하는 보통의 대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 사람을 향한 집중력이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덕분에 그동안 단발성으로 끝나고 말았던 여러 프로젝트와 달리 쉽게 지치지 않고 꾸준히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어떤 물건을 팔면 좋을까, 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시골쥐소셜클럽의 인터뷰 프로젝트 <우리들의 소소한 사는 이야기> 오늘 인터뷰는 남다른 패션감각과 뚜렷한 자기표현으로 자기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 이용신 님을 모시고 진행해 보았습니다.

웃음이 매력적인 용신 님. 즐거운 시간이었다.




1. 자기소개해주시라

용신 과거에는 개그맨을 꿈꾸던, 지금은 노량진에서 호떡집을 운영하고 있는(코로나로 요즘 힘든) 서른일곱 자영업자 이용신.

이용신 님은 현재 노량진에서 양자호떡을 운영 중이다(현재 시즌오프, 9월부터 재개)


2. 나만의 물건 고르는 기준이 있나?

용신 최근 확실히 꽂힌 게 있다. 바로 90년대 감성 아이템들. 옛날에 입던 옷, 신던 신발들을 도로 사고 있다. 나이키 에어맥스 95, 97을 두 족씩 소장하고 있고, 폴로 남방, 빈폴 남방들.(오죽하면 여자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폴로 남방을 이야기했을까 ㅋㅋ) 이 아이템들 모두 옛날에는 너무 비싸서 구하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3. 옛날 물건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왜 찾게 되는지 궁금하다

용신 시간이 지날수록 옛날이 그리워진다. 불현듯, 옛날에 느꼈던 공기나 냄새를 맡으면 옛날 물건들이 떠오른다.

세상이 각박해지지 않았나. 지금은 정도 없고 감성도 없다. 요즘 나오는 앨범들을 보면 특히 그렇다. 디지털싱글이니 뭐니 하면서 한 곡씩 나오는 노래들을 봐라. 심하게 말하자면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인 시대다. 예전엔 무조건 앨범이었다. 한 트랙 한 트랙에 고민이 담겨 있었고, 하나의 앨범은 곧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다. 감성과 고민이 중요한 시대였고, 아티스트의 진심이 중요한 시대였다. 사회가 발전하고 편리해지는 것도 좋지만 옛날의 감성이 사라지는 게 난 서글프게 느껴진다.


4. 애용하는 브랜드가 있나?

용신 딱히 정해진 브랜드가 있는 건 아니다. 내 멋에 사는 것이고. 그래도 중요한 기준을 고르자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옛날 감성의 물건들, 다른 하나는 브라운아이즈소울의 나얼이다.

사람 자체를 이렇게 좋아해 본 적이 없다. 나얼은 내게 가수 이상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엔 노래 잘한다 하면 다들 기교 부리고, 애드립하고 그랬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알앤비 조상, 솔리드 음악을 좋아했는데, 알앤비를 거슬러 올라가면 소울 음악 아닌가? 브라운아이즈소울이 나타났을 때 깜짝 놀랐다. 나는 브라운아이즈소울과 나얼이 내가 지향하는 가수, 음악의 완성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쓰고 있는 캉골 베레모, 브랜드는 예전부터 좋아하던 것이지만, 스타일 자체에는 나얼의 감성이 좀 있다. 그리고 안경. 나얼이 디자인 한 안경이다. 나는 동경하는 나얼의 착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5. 알고 있기로, 나얼과 관련된 물건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더 자세히 소개해 달라

용신 하나씩 나열하면 끝도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만 몇 가지 추려보겠다. 첫 번째는 피어싱. 나얼이 브라운아이즈소울 2집 나오고, 연대 콘서트였나, 나얼이 큐브 피어싱을 하고 나타난 적이 있었다. 그걸 갖고 싶어서 사는 곳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런데 당시는 아직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피어싱 제작해주는 회사를 찾아가서 직접 주문제작을 해야 했다. (나중에 정식 제품을 발견했다. 그것도 구입했지만 직접 발품 팔아서 제작한 첫 번째 피어싱의 의미는 각별하다.)

두 번째는 씨디다. 나는 나얼의 모든 앨범을 씨디로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에도 굉장히 유니크한 물건이 있다. 대략 99년도 즈음, 나얼이 브라운아이즈 결성 전 앤썸이란 그룹으로 데뷔를 했었는데 그 그룹의 초창기 앨범 씨디다. 당연히 구하기 힘들었다. 예전에는 나얼 카페에 가입하고 정보를 많이 입수했었으니까, 거기서 앨범 정보도 간신히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미개봉 새 제품으로 당시 돈 2만 원에 구입했다. 아주 귀한 물건이다.

나얼이 데뷔했던 '앤썸' 초기 앨범이다


세 번째는 타투. 나얼이 그렸던 작품들을 새기고 있다.

왼쪽부터 // 사진도안, 나얼의 작품들(사진도안은 직접 만든 것)

네 번째는 리바이스와 나얼이 콜라보했던 청자켓. 이걸 사기 전에는 무슨 물건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뉴스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된다는 의미로 한 마디 하곤 했는데,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니 나도 줄을 서게 되더라. 새벽 다섯 시, 첫 차를 타고 명동에 가서 줄을 서서 샀다. 그렇게 되더라.

마지막으로 물건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나얼의 전화번호다. 아시겠지만, 나얼은 음악 외에 화가로도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그래서 전시회도 많이 열었는데, 한 번은 동국대 근처 아뜰리에에서 개최된 적이 있었다. 세간에 나얼은 보기 어려운 가수라는 평가가 있는데, 실제로 노력해 보면 만나기가 어렵지는 않다. 전시회 가면 매일은 아니라도 쉽게 볼 수 있으니까. 나는 동국대 전시회에서 나얼과 인사도 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전시회 앞을 지나는데 그 차가 있더라. (당시  카페 활동을 열심히 하던 때였는데, 그 덕분에 이것저것 여러 가지 정보를 알고 있었다. 특히 당시 타는 자동차가 미니쿠퍼라는 사실 등등) 당연히 차에 전화번호가 함께 있지 않겠나? 두근대는 마음으로 찍어온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등록했다. 카카오톡에 직접 그린 그림과 한 줄 프로필이 올라오더라. 남몰래 간직해 오는 나만의 물건이다. (나얼은 나에게 존경하고 동경하는 사람이다. 해가 될 만한 일. 예를 들어 민폐스럽게 연락을 한다던가, 남들에게 번호를 공유한다던가 절대 하지 않는다.)

왼쪽부터 // 항상 지니고 다니는 피어싱, 리바이스 나얼 콜라보 자켓


5. 인생 물건을 한 가지 꼽자면?

10대, 20대, 30대 나눠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10대도, 지금도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앤썸, 브라운아이즈 1집, 2집, 베스트 앨범, 소울, 나얼 솔로... 어쩔 땐 차보다 앨범이 중요하다. 차는 바뀌지만 이건 없어지면 구할 수 조차 없지 않나?(웃음) 지금도 나의 책상 한편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




특별히 사랑하는 물건에는 언제나 그 만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듯합니다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선택의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듣기 시작했던 세속적인 인터뷰가 계속해서 한 사람의 내밀한 이야기를 드러내게 한다는 점은 몹시 재미있습니다. 그럴수록 이 인터뷰를 즐겁게 만드는 방법은 더욱 세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겠지요?


평소 알지 못했던 것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우리 인터뷰이의 직접적인 친구들만 즐겁게 보는 아주 마이너 한 인터뷰가 될지라도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인터뷰에서 새로운 취향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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