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사장님, 우리 엄마의 기록
나는 엄마랑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다. 하루 일과 중 꼭 지키는 건 퇴근길에 엄마와 통화하기. 10-20분도 안 되는 짧은 퇴근길이지만, 나는 전화기를 들어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가 곧 우리 가게가 10주년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엄마는 아빠와 함께 지방에서 작은 고깃집을 운영하고 계신다. 서울에서 힙하다는 매장들도 3년을 못 가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방의 작은 동네에 그것도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우리 가게가 10주년이라니!
처음 식당을 운영할 때 걱정했던 내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 엄마는 꾸준하게 가게를 운영하셨고, 그런 엄마를 많은 고객님들께서 응원해 주셨다.
10년간 정성을 다해 가게를 운영했던 엄마의 마음도 우리 가게를 사랑해 준 고객님들의 마음도 내겐 너무나 보물 같았기에 기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내가 지금 이 이야기들을 기록하지 않으면, 엄마가 나중에 가게 운영을 그만두고, 나이가 더 들어 하나둘씩 기억을 정리할 때 10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이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관계를 맺었던 순간들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 테니까.
글을 쓰려고 엄마 인터뷰를 했더니, 엄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런 글 잘못 올리면 괜히 악플 받는다. 함부로 올리지 마라' 하신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보여주려 쓰는 글이 아니다. 이 글은 그저 10년간 가게를 운영해 온 엄마를 위한 기록이니까 괜찮다고 엄마께 말씀드렸다.
블로그도 운영해 본 적도 없고, 글쓰기라곤 학생 때 논술을 배운 게 다지만, 엄마, 아빠와 가게를 방문했던 고객님들의 시간을 천천히 진하게 글에 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