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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10주년 전시, 꼼꼼 관람기

작가와 마케터의 시선으로 본 <작가의 꿈>

by angie 앤지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에 다녀왔다. 타이틀에 걸맞게 브런치와 함께한 수많은 작가들의 설렘이 가득했던 공간. 브랜드 마케터로서 10년 동안 브랜드를 가꿔온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 브런치 작가로서 내 글이 전시되는 기회를 얻어 마음이 벅차기도 했다. 관람 후기를 작가와 마케터의 시선으로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본다.



좋은 날, 좋은 곳

처음 전시 예정 날짜를 봤을 때 오지랖 넓게도 이런 생각을 했다. 준비하는 분들은 연휴에 제일 바쁘시겠구나(...) 브랜드를 꾸려가는 사람으로서 어쩐지 남일 같지 않아 그랬다. 최근 잦은 비에 마음이 조금 지쳐있었는데 그래도 전시 시작일부터 날씨가 정말 쾌청해 다행이었다. 장소는 서촌의 '유스퀘이크'. 도착하자마자 예쁜 유리통창에 비친 푸른 하늘과 초록 나무, 그 위에 새겨진 브런치 로고와 전시 타이틀이 보였다. 성수도 강남도 아닌 서촌이라 더 브런치와 잘 어울렸다.



10년, 가장 날 것이라 더욱 소중한 기록

가장 흥미롭게 본 섹션은 브런치의 10년 여정의 시작부터 현재를 담은 '꿈의 승강장'이다. 특히 브런치 리더 션님(오성진 님)의 오픈 회고 기록이 정말 재미있었다. 일단 이 자료가 다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 브런치 같은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할까 궁금했는데, 날 것의 기록을 보니 브런치팀의 그간의 노력이 피부로 와닿았다. 오픈 회고 중에 특히 공감했던 건 '글쓰기보다 꾸미기가 더 힘들다'라고 느끼는 작가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려 했다는 부분. 유저로서 브런치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글에 집중하고, 잡다한 기능(?)이 없기 때문인데 기획 초반부터 이 점을 염두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냈다.



비전과 미션을 정리한 워크숍 자료도 흥미로웠다. 자필로 키워드를 작성한 팀원 개개인의 페이퍼를 보며 하나의 브랜드가 태어나고 흔들림 없이 굴러가려면 역시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조직의 일원으로 정신없이 일할 때는 놓칠 수 있는 부분이나, 적어도 브랜드 마케터라면 언제라도 브랜드의 크고 작은 이탈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하겠다는 다짐도 하고.


브랜드 연혁을 정리한 월에서는 새로운 기능, 서비스를 담당한 분들의 코멘트가 적혀있어 좋았다. 유저로서 아 이 기능 정말 좋았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깊은 고민과 세심한 기획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재미있었다. 유저로서는 연재 브런치북의 예상 목차 기능을 정말 좋아하는데 극J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기능 개발자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단순히 브런치 10년 동안 이런 거 이뤘어요!라는 앵글이 아니라 브런치를 한 마음으로 소중하게 꾸려나간 기록을 공유하는 게 참 브런치다워서 좋았다. 이 모든 걸 읽고 나면 절로 케이크에 촛불 하나를 붙이고 싶어진다.



꿈의 여정을 만들다

"브런치에 글 올리면 얼마 벌어요?" 처음 작가가 되고 한창 열심히 포스팅을 할 때 누군가 던졌던 질문이다. 돈은 못 벌어요. 그땐 웃으면서 대꾸했는데 속으로는 꼭 돈을 벌어야만 의미가 있나요? 하고 대답했던 것도 같다. (물론 지금은 브런치가 만들어준 소중한 글로소득 경험도 있지만 말이다)



'꿈의 정원' 존에서는 그보다 더 값진 경험을 한 작가들의 크고 작은 꿈이 가득 전시되어 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과, 여섯 명의 작가들의 다채로운 글 이야기, 그리고 막 피어난 100개의 씨앗 같은 글까지.



뜻깊게도 나의 공모작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아이>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단단한 물성을 가지고 새로 태어난 내 글이 어찌나 반가운지.. 괜히 그 앞에서 오래도록 서성거렸다. (아련) (애틋)


https://brunch.co.kr/@angiethinks/114



그리고 계속될 이야기

가장 전망이 좋은 3층으로 올라가면 서촌의 가을 풍경을 내려다보며 나만의 글을 적어볼 수 있다. 10가지 질문 중 원하는 주제에 자유롭게 답하고, 적은 글을 벽에 붙이면 한 번 더 쓰는 나로서 한걸음 나아간 기분이 든다. 하얀 종이에 빼곡히 적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관람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게 되기도 하고. 직업병 외부의 낯선 장소에서조차 글을 쓰는 행위를 기꺼이 즐기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게 유쾌하기도 했다.




브런치, 축하해요

한 브랜드, 서비스를 10년 동안 운영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다사다난하고도 치열한 매일매일을 견뎌낸 개인들이 우당탕탕 하나의 마음으로 모여 이루어낸 소중한 숫자다. 그건 20년 차 브랜드에 12년째 몸담고 있는 나도 매일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왜케 오래 다닌 거임 그래서 이번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를 더 꼼꼼하게 관람했다. 브랜드 마케터로서도 감정이입이 되고, 브런치 유저이자 전시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로 참여한 작가로서도 의미가 있었으니 말이다.



날 좋은 가을, 꼭 추천하고 싶은 전시.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구구절절 관람기를 마칩니다.


@angiethinks_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정보


장소 : 유스퀘이크

(서울 종로구 효자로 25,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기간 : 2025년 10월 16일(목) - 19일(일) 총 4일간

운영시간 : 11:00 ~ 20:00 (입장 마감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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