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티베트에 대한 매체를 단시간에 두 가지를 접했다. 하나는 시공 디스커버리 시리즈 중 한 권인 이 책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중 "사이코패스 극장판 3편"인데 배경이 되는 곳이 티베트이다. 딱 봐도 티베트임을 알 수 있는 배경 - 사원, 등장인물들의 복장 등 - 에 세 부족의 내전을 종식시키려는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나온 종교적인 신비함으로 가득 찬 티베트의 모습이 우리가 익히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을 통해서 접해 온 "고정된" 티베트에 대한 이미지일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티베트를 온통 감싸고 있어 보이는 종교적인 신비함이 그 나라가 가진 전부일 것으로 생각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기야 대한민국의 역사도 공부하고 익히기가 어려운데 중국 자치구 중 하나인 약소민족의 정치적, 역사적, 경제적 현실에 관심 가질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극장판 "사이코패스 case 3, 은원의 너머에"
우리가 생각하는 흔한 티베트의 모습 1(네이버 지식백과)
우리가 생각하는 흔한 티베트의 모습 2(네이버 지식백과)
이런 종류의 책이 그렇듯이 티베트의 역사와 종교에 대해서 언급하고 난 후 책의 후반부에서는 티베트 자치구가 중국으로 인해서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하여 약술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솔직히 티베트가 여느 고대 민족들과 다름없이 종교를 정치에 이용했고, 주변의 토호국(이라고 해야할까)들과 부단히 세력전을 겪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건 처음 알았다. 나 또한 위에서 말한 티베트에 대해 종교적 신비함으로 감싸인 모습만 접해왔기 때문에 티베트의 민족에게 긴 역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 부끄럽지만... 중국의 역사만큼이나 티베트 사람들도 주변 민족들 또는 자기 민족 중 대립세력들끼리 이리치고 저리 치고 살아왔던 것이다. 서로 얼마나 싸우고 견제했으면 달라이 라마와 판첸라마(이 두 종교지도자는 서로 반대되는 파벌의 지도자이다. 이것도 처음 알았다.)라는 상호 견제 세력이 생겼겠나. 그만큼 종교적(이라 쓰고 그에 숨겨진 경제적 이득도 있었겠지.)인 문제가 그 살기 힘든 땅에도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역사가 쓰이고 사람이 살아가던 보통의(물론 자연환경은 척박하기 짝이 없지만) 땅이었던 거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결국에는 지금 티베트가 처한 상황이다. 중국에는 다 아시다시피 중국의 한족과는 생김새부터 완전히 다른 자치 민족들이 있다. 그중 제일 알려진 것이 이 티베트족과 위구르족이다. 두 민족 다 예전부터 중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했고, 중국의 유혈진압에도 불구하고 숱하게 독립투쟁을 벌여왔다. 물론 중국이 지배하기 이전에도 영국 등 서구 열강이 차지하기 위해 간을 보기도 했었다. 그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는지. 영국 등이 관심을 끊고 중국이 중화민국을 수립하면서 티베트에 눈독을 들인다. 중국이 희생시킨 티베트인들 수도 엄청나다. 강제 점령 후에 일어난 문화대혁명 - 이 건 정말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마오쩌둥의 정치쇼였다. 이런 마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중국 공산당이나, 마오에 대한 비판조차도 못하는 중국인들이나... - 당시에는 수천 채의 티베트 사원이 쑥대밭이 되었다. 티베트인들의 단결을 약하게 하기 위한 한족의 강제 이주로 인해 티베트인들의 고유한 정서나 사상이 혼탁해져가고 있고, 중국 내에서 주민 수와 대비해서 매춘부의 비율이 제일 높고...
(출처 : 구글)
달라이 라마는 망명객이 되어서 그나마 인도 정부에서 허락한 망명정부의 수반의 위치로 지내고 있기는 하지만, 티베트가 아주 작은 약소 자치구인데다가 세계의 어떤 나라도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나라는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티베트인들이 중국으로부터 억압당하고, 독립을 거부당하는 데 대해 티베트의 편을 들어주는 국가는 현재로서는 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달라이 라마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뭐하나.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이야기만 해도 기분이 상한다. 중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도 별 언급도 없다. 원래 달라이 라마가 인정한판첸라마 "게둔초에키 니마"는 6살이 되던 해에 중국 공안에 의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잡혀갔다. 중국은 잘 지낸다고만 할 뿐이다. 지금은 중국 공산당에 의해 지명된 판첸라마가 티베트 종교지도자 행세를 한다. 아마 달라이 라마가 나이가 들어 사망하거나 하면, 중국 공산당은 현 판첸라마를 이용해 달라이 라마 마저도 공산당 쪽 사람으로 앉히겠지.
인도 뉴델리에서 법회중인 달라이라마 2014.12.17.
중국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판첸라마 "기알첸 노르부"
달라이라마가 판첸라마로 인정한 "게둔초에키 니마" 중국 정부에 의해 납치되어 행방이 묘연하다.
우리는 가급적 밝고, 고귀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에 쉽게 매료된다. 티베트도 마찬가지다. 히말라야를 끼고 고산지대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티베트. 특히나 티베트 불교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정신적인 가치에 대한 일깨움을 주는 듯도 하지만, 실상 잘 보면,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에 대해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필터를 끼고 바라보듯이 우리도 그와 유사한 필터를 끼고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필터는 우리가 저절로 만든 것은 아니다. 이래저래 눈치를 보고 살 수밖에 없는 각종 매체들의 생산자나 정부의 간접적인 뜻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보아야 할 것은 중국에 의해서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티베트인과 중국인들의 경제논리에 의해서 갈려나가는 티베트의 자연환경이다.
티베트인들은 지금 그들의 종교를 어떤 마음으로 신앙하고 있을까. 환생을 바랄까.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바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