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를 읽고
* 본 글은 책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요즘 용어 ‘K-’가 유행이다. ‘K-한류’로부터 시작한 용어는 어느덧 ‘K-방역’을 넘어, ‘K-단어’를 유행시켰다. 특히나 K-단어는 예전부터 몇 차례 전 세계로 퍼졌었는데, 재벌을 뜻하는 ‘Chaebol’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영어권에서 특별히 대응되는 단어가 없어, 한국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겨 사용한다고 한다.
책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는 바로 그와 관련된 이야기다. 작가는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행복’을 기준으로 다양한 용어들을 엮어 각국의 단어들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상황에 빗대어 설명한다.
책은 크게 ‘집과 환경’, ‘공동체와 인간관계’, ‘성품과 영혼’, ‘기쁨과 영적 깨달음’, ‘균형과 평온’ 등 5가지 큰 대분류로 나뉘어있다. 시간을 짬짬이 내어 관련 단어들을 하나둘씩 읽어내려가면, 단순히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닌, 그 용어가 탄생하게 된 삶의 태도를 배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단어들이 있었는데, 핀란드어의 ‘SISU(시수)’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시수(SISU)는 혹독한 삶에 맞서는 용기에 대한 삶의 태도를 뜻하는데, 외부적인 위기의 순간에, 내부적인 힘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는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큰 힘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말인데,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내내 들었던 시기에 알맞은 토닥임을 얻은 듯했다.
또, 햇살처럼 반기는 것을 뜻하는 중국어 ‘欢迎(환잉)’ 역시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공간을 방문하는 손님을 빛으로 생각하고, ‘우리 집에 당신과 같은 빛이 들어와 환히 밝아졌습니다’를 내포하는 용어라 한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하나의 빛으로 비유해 진정으로 반길 수 있는 삶은 얼마나 풍족할지, 또 나는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끔 한 용어였다. 요즘에는 본래의 뜻을 담아서 하는 경우보다는 인사말로 그 의미가 변화하였다고 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반기는 환잉의 자세는 본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단어로는 기분 좋은 우연을 뜻하는 영어인 ‘SERENDIPITY(세렌디피티)’이다. 세렌디피티는 기분 좋은 우연이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용어로, 우연히 만차인 버스를 놓쳤는데 승객이 몇 없는 버스를 바로 탈 수 있는 경험 등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세렌디피티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 가수 양준일이 생각났었다. 그가 모 프로그램에 나와 했던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라는 대사가 세렌디피티에서 말하는 삶의 태도와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계획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말고, 찬찬히 현재를 머금으며 행복을 느끼는 것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는 삶의 태도라 생각한다.
이 외에도 번거롭지만 뿌듯한 무언가를 뜻하는 ‘세니’, 아늑한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를 뜻하는 ‘휘게’, 가끔은 잠시 미뤄도 된다는 뜻의 ‘마냐나’ 등 다양한 나라의 단어들이 책에 적혀있다. 책을 읽다 보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결국 그들이 지향하는 점은 하나인 것을 배울 좋은 기회였다.
앞서 말했듯, K-단어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K-단어는 Chaebol(재벌), Gapjil(갑질), Naeronambul(내로남불) 등 어두운 한국 사회의 이면을 담은 것들이 대다수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이 말을 다르게 말하자면, 한 사회의 언어는 그 사회의 세계, 즉 그 세계의 현실을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언젠가 K-단어도 삶의 부정적인 부분이 아닌 긍정적인 부분, 즉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중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