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형태의 가족은 모두 '정상 가족'이다.
얼마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예인이 있다. 바로 사유리이다. 사유리는 특유의 솔직 담백한 입담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았다고 밝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없는 자발적 비혼모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유리는 일정 기간 한국 방송을 쉬었고, 출산 이후 다시 활발한 방송 활동의 재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녀의 출산 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한 프로그램은 KBS2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이다. 프로그램에 잠깐 출연하는 게스트가 아닌, 일반 출연진, 즉 ‘슈퍼맨’으로 사유리에게 출연 제의를 한 것이다. 하지만 사유리의 출연을 두고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시작되었고, 결국 이와 관련된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주세요”라고.
그럼, 공중파 방송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나와야 하는 걸까? 대한민국 정상 가족을 꾸리고 있는 출연자? 정상 가족을 꾸리는 출연자가 나와서 ‘육아 판타지’를 보여주면 한국 사회의 구성원 중 정상 가족 비율이 높아질까? 그럼 여기서 정상 가족이란 무엇이지?
한국 사회에 그간 말해온 ‘정상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 아빠, 엄마, 그리고 자녀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가족 형태의 모습. 때에 따라서는 여기에 할머니나 할아버지 등의 구성원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베이스 꼭 갖춰야 한다. 성인 남자, 성인 여자, 그리고 그들이 낳은 자녀들. 그렇기에 ‘정상 가족’의 요소 중 하나라도 놓친 형태가 있는 경우, 비정상 가족으로 통용되었다. 무자녀 가족, 입양 가족, 조손 가족 등이 그 예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상 가족’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만연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가족 구성원을 소개하라는 숙제를 내는가 하면, 아이의 잘못에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란 질문을 손쉽게 했다. 물론 여기엔 다른 사회적 이유도 있지만, 그 근간에는 ‘정상 가족 프레임’이 자리 잡고 있음이 자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비정상 가족’은 교묘하게 배제되기 시작했다. 비정상 가족에 속한 사람들의 잘못에 “자라온 환경이 그러니까 저럴 수밖에 없지”라는 프레임을 씌우기에 십상이었고, 또 비정상 가정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행실이 바르지 못한다는 일반화를 만들고, 또 생산했다.
이러한 배제는 사회 체제로도 이어졌는데, 병원 수술동의서 작성부터 전세 대출금 차이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이런 곳까지 배제가 있을까 할 만큼 우리 사회에 ‘정상 가족’은 깊숙이 내재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은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졌다.
하지만 이런 ‘정상 가족 프레임’은 이제, 정말, 고루한 내용으로 비친다. 사회적으로 비혼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늘어났으며,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는 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가구 형태를 살펴보면 1인 가구 혹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상 가족’이라 말하는 가구 형태가 대표성을 잃은 것이다. 더욱더 시간이 지난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지했던 ‘정상 가족’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가구 형태로 편입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에 정부는 현행 법률 개정 또한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혼인, 혈연, 입양 만을 ‘가족’으로 인정했던 범위를 넓힌다고 한다. 이에 따라 배제되었던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은 이제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사유리로 우리 사회에 응집되었던 ‘정상 가족’ 프레임 폐지에 대한 요구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 내가 자주 보던 웹툰 중에서는 한 가정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있었다. 웹툰에서는 ‘정상 가족’에게는 소소하지만, ‘비정상 가족’에는 소소하지 않을 이야기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부조리한 현실에 마음이 아팠고, 또 그런 상황을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에 답답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웹툰이 막막한 현실의 이야기만을 그렸다고는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아이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위했던 엄마의 모습과 엄마와 아이가 단란한 시간을 보냈던 장면들이니 말이다. ‘비정상 가족’이었지만, 그 마음은 ‘정상 가족’ 그 이상이었다.
KBS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사유리를 출연시키고자 함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사유리 출연 반대 청원에 대한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의 입장문을 마무리로 글을 끝내겠다.
(중략) 우리나라 한 부모 가구 비율은 7.3%로 급증하고 있으며 한 부모 가구에 대한 관심과 함께 기존 기혼 가구에만 지원되던 가족 정책도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사유리 씨의 가정 역시 이처럼 다양하게 존재하는 가족의 형태 중 하나일 뿐이며,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다양해지는 가족의 형태의 하나로 사유리 씨의 가족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어떤 가족을 미화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가족의 성장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슈퍼맨이 된 사유리 씨의 육아 일상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이 함께 그녀의 선택을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보기/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3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