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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콩 May 01. 2021

[Review] 미련으로 점철되지 않은 죽음을 위하여

책 <죽음의 춤>을 읽고

* 본 글은 책 <죽음의 춤>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실리아 루이스의 <죽음의 춤>은 예전 모 프로그램의 한 코너였던 ‘진실 혹은 거짓’에 나올 법한 황당한 죽음들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힘을 시험하다가, 누군가는 인상 깊은 연설을 했다가,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카프를 했다가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한다.


책은 한 장 한 장 짧은 옵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설마 진짜 이렇게 죽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끝이 난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밀도 있었는지, 그 후 그들의 지인들이 어떻게 고인을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죽음의 순간, 어쩌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만을 짤막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며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활기차게 시작했던 오늘 하루가 나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평소처럼 먹던 나의 식사가 죽기전 마지막 만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의 춤>을 읽으며 순간을 좀 더 소중하게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오늘이 우리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요?”라는 질문이 인기를 끌었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마지막 날이라면 가장 내게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들을 하고, 또 즐기며 하루를 보내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또 평소대로 하루를 시작할 것 같다. 마지막 날이라고 특별히 무언가를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고, 딱 평소대로, 평소만큼 하루를 보낼 것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 평온함을 온전히 만끽하고자 할 것이다.


어쩌면 세실리아 루이스는 <죽음의 춤>을 통해 우리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것 아닐까. 하루하루가 마지막일 수도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우리의 루틴을 좀 더 잘 보낼 수 있도록. 자신에게 가치있는 것들로 시간을 꾸릴 수 있도록 ‘죽음’이라는 요소로 간접적으로 돕는 것 같다.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혹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가도 우리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미련없고, 후회없는 일생을 위해 우리는 늘 죽음을 인식하며 한정적인 우리의 인생을 꾸려야 할 것이다.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 가장 인상 깊었던 죽음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다. 


프랭크 헤이스 (Frank Hayes)
1923년

말 조련사로 일하다가 경마 기수가 된 프랭크 헤이스는
난생처음 참여한 경주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의 말 ‘달콤한 키스’는 생명이 빠져나간 헤이스의 몸을 안장에 매단 채
뉴욕 벨먼트파크 경마장의 결승선에 1등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헤이스의 말은 ‘죽음의 달콤한 키스’라 불렸다.
누구도 감히 ‘죽음의 달콤한 키스’를 타려 하지 않았다.



원문보기/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3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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