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차이텐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아쉽게도(?) 수학의 정석입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제 지인들을 많이 울렸던 책이었습니다. 첫 부분이었던 집합은 마음을 다 잡는 용도로 쓰여 밑줄과 함께 낡아져만 갔지만 방정식을 지나 뒤로 가면 갈수록 깨끗해졌던 정석 책은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베개로 쓰기에 좋았습니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선 성취도는 굉장히 높은 편인 반면 흥미도는 압도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였을 때 공통 수학은 그래도 어느 정도 했기에 대학교에서 충분히 써먹고도 남았고 학점도 그런대로 괜찮게 받았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느 정도 수학을 잘 하지만 재미는 없어합니다. 이 책을 고를 때도 사실 망설였습니다. 이유는 앞에 수학이 들어간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만큼 수학에 대한 벽을 느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거는 수학도 재밌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책은 수학으로 돌아본 역사서라고 생각합니다. 이집트 문명부터 그리스 철학, 르네상스, 프랑스 대혁명, 컴퓨터 발명 등 역사적 사건 이면에 수학적 발견이 있었음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이 책에 담긴 역사는 위대한 수학자들의 탄생과 비화로 전개되면서 수학자들이 태어난 국가의 시대적 배경과 동시대에 활약했던 다른 나라 거장들까지 연결시켜 줍니다. 이렇게 흘러가면서 굳이 노트 필기를 하지 않아도 문화예술 사조의 흐름을 이해하게 됩니다. 수학자들의 시대별 연대표와 초상화, 삽화 등이 실려있고 회화와 예술작품과 도형 및 주요 공식이 어우러지는데 전혀 낯설지 않고 재미나게 내용의 이해를 해줍니다.
책에는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 탄생한 수학은 생존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었다고 합니다. 그리스 수학은 철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중국 수학이 발달하게 된 원동력은 천체의 운행을 통해 한 해의 주기를 연구하는 역법의 개혁이었고 인도 수학의 원천은 종교에 있었습니다. 한편 페르시아와 아라비아의 수학은 천문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양치기가 양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수를 세고 고대 문명이 파피루스에 숫자를 기록했을 때부터 시작해 고대 그리스, 중국, 인도 및 중동, 유럽을 포함해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을 낳은 현대 응용수학에 이르기까지 각 세기를 이끌었던 공식의 발견과 그 시대적 배경, 수학자 및 각 분야 거장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납니다. 그리고 서양 수학사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중국, 중동, 일본 등 동양 수학 발전 과정을 제시하면서 동서양 수학사를 서로 비교해 보고 균형 있게 쓰였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P 첫 문장 : 수학의 역사를 이끌었던 선구자들 모두 고대의 수많은 위인들처럼 역사의 자욱한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P 67 : 탈레스는 어려서부터 장사를 했기 때문에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수학과 천문학 지식을 배웠고 금세 능통했다. 어느 날 탈레스는 자신이 알고 있던 농업 지식과 기상 자료를 가지고 그 해 올리브 수확이 풍년일 것을 예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리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착유기를 헐값으로 사들였다. 시간이 지나고 예견한 대로 풍년이 되자 그는 비싼 값에 착유기를 임대해서 큰돈을 벌었다. 그가 이렇게 한 것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똑똑하면 왜 부자가 되지 못했냐며 비웃었던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대학을 가기 전까지는 미분 적분을 만든 사람들을 증오하며 살았습니다. 이렇게 역사적인 노력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편안함을 만들어 준거에는 수학이 발전이 있었음에 감사하게 생각도 듭니다. 가장 간단한 사례가 책에서 나온 π일 것인데 저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인류는 참으로 오랜 시간 노력을 투자해 왔다는 이야기에 감동마저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