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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Jan 18. 2023

때 아닌 불청객

기도로 한 해를 움직여라


가뭄을 해소할 단비가 촉촉이 대지를 덮는다.

방학이 되자마자 상경했던 자녀들이 집을 찾아 돌아온다.

오랜만에 왁자지껄한 집안 식구들도 화색이 돈다.

이곳에 와서 그동안 무거워진 짐들을 내려놓고 다시금 에너지를 가득

채워 도전할 새 힘이 임하기를 기대해 본다.


미리미리 휴가를 잡아 마중을 나가고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인테리어와 맛이 일품인 

샤브샤브 가게로 향했다. 

이지역의 느릿함과 여유로 이미 몸과 맘이 풀렸는지 이야기는 쉴 새가 없고 기가 막힌 맛과 풍성한 양이 

이 정도 가격이라며 칭찬릴레이를 한 창 펼치다 문득 생각이 났는지 둘째가 자신의 지휘자님께 일정을 알리는전화를 걸었다.


그때부터 숨죽이며 듣고 있던 우리까지 분위기가 쏴해 지며 어두워져 갔다. 새해가 되어 고3이된다 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찰나. 

지금 성적이 어느 상태인지, 순위는 몇 등 정도인지, 가고 싶은 대학은 어느 학교인지를 묻는 세세한 질문이 계속되었다.

그 식욕 왕성하던 아이가 하나도 내세울게 없는 현실을 깨닫고 자신이 너무 비참하다는 생각이 왔는지 얼굴의 빛을 잃어가며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현실이 아무리 암울해도 ‘항상 기뻐하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내 

마음에 새겨 놓았기에...

“아니야, 딸아 괜찮아. 

설령 하던 일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엄마는 너의 길을 인도하시는 분을 믿고 의지해. 

더 큰일을 보이실 거니까. 

우리가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완벽할 순 없고, 너에게 다른 길을 여실수도 있거든.


그동안 네가 음악을 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니?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악기를 다루는 네가 있어서 가정이 더 풍요롭고 교회에서까지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잖아. 

걱정 말고 지금처럼 쭈욱 기뻐하면서 도전해보자~


엄마,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 주기를 너무나 기다렸어요. 

그리고 두려웠어요. 

나한테 들어간 돈이 얼만데 좋은 성과도 못 내고 혹여나 내가 이 길을 가다가 멈출까봐.

그런데 하다가 쉬어도 되고, 다른 길을 가도 된다는 말을 학교에 다니면서 처음 들어봤어요. 

그것도 엄마에게.  이런 가족과 이렇게 말해주는 엄마를 가졌다는 것에 너무 고마워요.


다시금 우리의 행복한 시간은 흘러갔고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저녁시간이 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셋째

아이의 몸에서 열이 올랐다. 

코로나. 

우리의 만남은 거기까지. 


더 오래 남아 있고 싶어 했지만 서둘러 돌려보내고 다음을 기약하였다.

바로 연이어 남편과 넷째 아이까지 집안에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려 결국 내가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오~ 올 한해 시작부터 공격이 온다는 말이지. 나는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질병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몇 주에서 몇 달간 까지 집안에 어둠과 무능과 무기력까지 동반되어 

들어오는 것이기에 집중해서 밀어내야 했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곳의 상황도 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 나는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야. 가족들을 최대한 행복하게 빨리 도와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신선한 야채와 과일들, 끼니때마다 죽을 바꿔가며 음식을 배달해 주고 기도를 해주며 나왔다.


이런 나를 도와줄 신선한 과일가게며 반찬가게 심지어 0비고, 0뚜기, 

0죽등 서로들 자신들을 선택해 달라고 줄지어 서있었다.

가족들은 어떻게 이런 맛있는 음식들을 끼니때마다 해준다며 감사를 보내왔다. 남편은 너무나 호강한다며 

미안했던지 어느 날은 퇴근에 딱 맞춰 비빔국수를 해놓고는 비비기만 하면 된단다. 

으~ 음식은 쫌.... 겁이났다.ㅎㅎ


결국 모든 가족들의 격리 해제날!

식구들과 최대한 접촉을 하지 않고 산책을 돌면서 말씀을 들으며 힘을 얻고 두루두루 기도로 막힌 곳 들을 

뚫으며 진행하는 동안 나에게는 코맹맹이만 조금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는 때 이른 남편의 승진소식의 깜짝 선물이 배달되었다. 

앞에 나서기를 많이 꺼려하는 남편인지라 자신의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며 뒤로 

물러서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알아봐 준 부서를 만났는지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었다.


쉽지만은 않을 새해. 

그래도 승리의 말씀을 받았고 싸울 수 있는 무기가 있기에 모든 문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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