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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Mar 09. 2023

날마다 새로워지는 시작과 힘


오랜만에 봄볕을 맞으러 아침산책을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봄을 알리는 꽃망울이 이곳저곳에 맺혀 있더니 어느새 따뜻한 봄바람의 생기를 먹고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꽃봉오리의 터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다를 끼고 넓게 드리워진 골프장에서 회원들의 환호성소리, 

어르신들의 게이트볼 장에서 나오는 시원스런 타격소리,

그 주위를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뛰는 마라토너들의 가쁜 숨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이 봄을 열어간다.


새 학기를 맞은 어린이집에서도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왔다가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느라 울거나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슬픈 눈을 하고는 엄마를 연신 찾는 아이들... 

내가 맡은 반도 이제 갓 영아를 지나 유아기에 접어든 친구들이라 자신의 생각을 곧 잘 표현하지만 새로운 선생님들과 친구들, 어색한 환경 속에 엄마나 아빠의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면 얼마나 좋아하고 반가워하는지... 아직은 여리고 솜털처럼 작게만 보이는 봄의 시작이다.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어느 일타강사의 일상생활 기사를 보니 아이들이 장시간 지루한 수업을 좀 더 지치지 않고 매일 새롭게 찾아올 수 있도록 새벽부터 몇 시간의 메이크업과 헤어, 의상을 준비하고 개그까지 챙긴다니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알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도 어린이집 일을 하고부터는 작은 부분까지 궁금해 물어오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그동안 잘 신경 쓰지 않았던 겉모습도 아름답고 깨끗한 모습으로 가꿔보기도 하고 시사나 뉴스를 잘 챙겨보는 변화가 왔다.


얼굴의 변화는 아직 아무도 몰라주긴 하지만 나 혼자만의 만족을 하고 있는 듯하다~ㅎㅎ


나의 바쁜 일상생활 속에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음식을 준비해 주시는 가게를 방문하는 날, 특별히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몇 가지 간식거리와 과일을 준비하여 사장님을 뵈러 갔다.

70여 세가 넘은 나이에도 늘 깔끔하고 차분한 모습에 음식은 남도김치의 그 깊은 젓갈의 향내가 두고두고 먹어도 맛과 색이 변하지 않고 더 어울려지는 최고의 음식을 알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아이들이 오늘 무슨 김치를 사 왔냐고 물으면 나는 “우리를 위해 협찬해 주신 선물”이라는 단어로 바꿔준다.

늘 말이 없으신 사장님에게 요즘 남편의 회사에서 시켜 먹는 음식도 물리고 매번 점심시간에 나가서 사 먹는 것도 시간을 많이 빼앗겨서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는데, 사장님이 담가 주신 여러 가지 김치들로 나의 수고를 얼마나 덜어주는지 정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준비해 온 간식을 조금 나눴더니 “세상에, 요즘 젊은이들이 어떻게나 열심히 사는지 이 늙은이가 조금이나마 쓸모가 있었다면 내가 정말 고마운 일”이라며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늘 말수가 없으신 분이 입을 여신다.

꼭 우리 딸 같다면서... 


사위는 한창 공부를 많이 하는 자사고 교사이고 딸은 교육청 소속의 공무원인데 발령을 받아 섬으로 지방으로 떨어져 관사에서 아이들을 혼자 키우고 있어서 생각만 하면 안쓰럽고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 내가 일을 그만두고 딸 곁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을 하던 차에 내년쯤에는 이곳으로 올 것 같다며 절제된 한 숨을 내어 쉰다.


평생 자식을 놓지 못하고 마음으로 두고 살았을 사장님에게 굵직한 글씨로 써 내려간 기도문을 건네 드렸다.

사장님, 이제는 사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이 주신 완벽한 능력의 이름이 있어요. 매번 점을 보지 않고도 있는 이곳에서 그 이름을 부르고 기도하면 딸과 손주, 사위가 있는 곳에서도 천군과 천사들의 

보호를 받고 하늘배경을 가지고 천국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어요.

함께 그 이름 불러요. 그래, 그래. 고마우이. 


날마다  나를 소생시켜야 할 이유를 발견하는 만남이 주어지는 

그 날.

 그때를 향하여 오늘도 새로운 시작과 힘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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