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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Apr 20. 2023

누가 영원한 행복을 훔쳐 갔을까?

투데이 블레싱

여기저기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연초록들의 짧은 향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마다 어찌 이리도 여린 새 잎을 내 보였다가 계절에 따라 수긍하며 변화를 흠뻑 받아들이는 것일까? 세월이 흐를수록 나이가 들수록 

내게 익숙하고 편한 것이 좋아지는 우리 인생 속에 그 변화의 옷은 잠시 나를 멈추게 한다.


이 아름다운 계절 속에도 연일 쏟아지는 사건과 사고. 특히 그중에서도 청소년들의 분노와 겁 없는 살인의 

충동들을 보면서 어디서부터 누가 이런 생각을 집어넣었는지 질문을 하게 되었다.


요즘 우리 어린이집에서도 어린 유아들이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친구들이 부쩍 눈에 띈다.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입에서 거친 말이 서슴없이 나오고 친구들을 향해 또는 엄마 

아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를 보게 된다.

정말 미디어 세상 속에서 앞으로 닥칠 미래의 모습. 내 아이 내 이웃 

어느 하나도 안전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한참 아이들과 활동을 마무리하는 늦은 오후에 다른 선생님이 한 친구를 데려왔다.  

옆에 친구들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혼자 종이를 다 찢고 재료들을 망가뜨려서 하지 말라고 했더니 

자신의 얼굴을 향해 손에 들고 있던 가위를 곧바로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러서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데리고 왔단다.

어제는 엄마의 차를 발로 차고 창문을 내리치는 모습도 목격했다며 요즘 왜 이리 분이 많은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아이를 차분히 앉히고 바라보며 “친구야, 선생님 눈을 바라봐. 이제 화가 좀 풀렸어? 

화가 좀 없어진 거 같아? 화는 내면 낼수록 불처럼 더욱더 활활 타올라. 없어지지 않고. 

싸움은 다른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속에 들어온 그 화를 갖다 준 생각과 싸우는 거야. 

선생님이 불러준 그 이름. 함께 불러볼까? 잠시 노래하면서 시간을 줄게. 

힘이 생겨지면 그때, 너의 마음을 

얘기해 줘."

잠시 시간이 흐르고 아이의 숨소리도 차분해졌다. 그리고는 왜 화가 났는지 이야기를 건네준다.


아이가 돌아가고 나서 올해 들어온 신입선생님이 놀란 얼굴로 다가온다. 

선생님 와아~ 짱! 이예요. 혹시 영화'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에서 

힌트를 얻으신 거예요?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언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군요. 영화는 끝까지 못 봤어요. 

교회에서 주일학교를 맡고 있어요. 

그때 항상 들었고 하는 메시지예요. 나의 생각을 끊임없이 진단해 보고 

바꾸는 싸움들.

저희 아이들도 초 중 고를 거치면서 들었던 그 메시지로 

가정에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바쁜 인사를 나누며 돌아오는 길에 다른 선생님이 꿈에 대해 묻는다.

자신은 이번 달에 일을 그만둘 거라며... 

다시는 이 유아교육에 발을 딛지 않을 거란다. 어린 영. 유아들을 돌보다 자신의 몸이 다 망가지고 아침마다 물리치료를 받지 않고는 근무를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니...

세상에나. 저는 온몸을 다해 열심히 하는 일은 못하지만 후대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아이의 문제가 아닌 부모 그 배후에 가정 속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와서 더 관련된 

자료나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 추진 중에 있고요. 저도 아주 문제 있는 아이를 키우다가 한계가 왔고, 그 아이로 인해 주인을 바꿀 수 있는 최고의 계기가 되었어요.


어머, 저도 언니 오빠들은 순탄하게 잘 자라줬는데 막내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어젯밤에 

펑펑 울었어요. 이 아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요. 

그 아이가 축복덩어리가 될 거예요. 나의 한계를 넘어설 때 마음은 너무나 아프지만 인간은 한계 앞에 다다를 때에 비로소 자신을 홀로 세워볼 수도 있고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오거든요.

주인을 바꾸는 최고의 축복을 맞으셨군요. 


눈물을 글썽이시던 선생님. 그날 그 시간이 우리가 만나는 마지막 시간이 될 줄이야. 

물리치료를 받으러 갈 수도 없을 만큼 몸의 통증이 오고 오랜 치료를 받아야 해서 좀 더 일찍 그만둔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그 최고의 시간. 

영원한 행복을 얻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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