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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Jul 05. 2023

내게 주어진 오늘을 최고의 기회로

  며칠간 계속되는 장맛비가 이른 아침을 깨운다. 

조용히 나를 만나고 정리하고 알아가는 시간. 

이 시간이 참 좋다. 

출국을 몇 달 앞두고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삶이 한계가 있는 시한부 인생인 것을 알면서도 끝이 없는 것처럼 마냥 달리다가 

지금의 이 순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길 만큼 소중해지는 요즘.

어느 지인분의 어머니 장례식을 다녀왔다.


기쁨의 자리에는 언제라도 편한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지만 아직도 슬픔의 순간들이 자리하는 곳에는 내 마음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 자리를 꺼리게 되었다.

특히나 코로나가 풀리고 행사에 참여가 늘어나면서 최근에 방문했던 몇몇 때 이른 죽음의 소식들을 접하면서 어린 상주들을 만났을 때의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한 살아생전에 한 번도 마주 하지 않았던 분의 죽음 앞에 내가 가질 어색함이 싫어 미루고 있었던 찰나에 함께 가보자는 연락을 받고 망설임이 왔다. 하지만 오늘 시간의 여유가 주어졌고 혹시나 그곳에서 만나야 할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후다닥 준비를 하고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이 어머니의 삶은 어떠셨을까? 싶을 만큼 vip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그 넓은 공간을 쓰고도 모자라 온 계단과 빈 공간에 아직도 계속 도착하고 있는 화한들로 북적였다.


마침 입관예배가 열리는 때여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축복의 예배를 드렸다.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은 어려서부터 가까이서 모든 부분을 보았고 함께 기도하고 나눴던 분이라 형식적인 예배가 아닌 그야말로 나의 영적인 어머니이자 나의 신앙의 모델이었던 분이라며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씀에 어색했던 우리의 마음들을 활짝 열어주셨다. 


이 육신적인 이별이 단지 슬픔이 아니고 우리가 모두 가야 할 인생의 길이라며 그분이 하셨던 

가정을 살리고 이웃과 세계를 살리는 그 간절한 기도와 헌신과 그 사랑을 우리 남은 자들의 몫으로 담고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하셨다.


모든 사람들의 환송과 축복을 받으며 떠나는 그 92세의 노모는 이제 더 이상 

외로워 보이거나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우리 엄마는 정말 대단한 분이셨어. 얼마나 많은 목회자와 교회를 돕고 식주인으로 사셨는지... 

그리고 어딜 가든지 그냥 나오시는 법이 없으시고 조금이라도 수고를 했다고 생각하면 팁을 꼭 챙겨서 감사인사를 하고, 나는 좀 부족해도 베풀고 나누시며 사시는 것이 완전 몸에 밴 분이셨어.”


“우리 가족이 엄마의 그 기도와 나눔으로 자녀들이 받은 축복이 얼마나 많은지 말도 못 해.” 

정말 찾아와 주시는 분들과 화한을 보니 각종 정계인사들과 크고 작은 교회들의 모습이 넘쳐났다.


엄마의 뜻을 담아 오시는 손님들께는 최고의 음식으로 대접한다면서 내놓으시는 음식들이 얼마나 신선하고 맛이 좋은지 장례식장에 와서 이렇게 맛있게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모두가 행복하고 웃음꽃이 만발한 

모델적인 장례식의 모습이었다.


그중에서도 평소에 많이 아껴주었던 지인분의 딸을 만나 자신이 할머니의 아픈 손가락이었다며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나는데 지금에서야 제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며 언제 만나도 서로가 통하고 

나눌 수 있는 대화로 행복했다. 

“저는 제 주변에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대하는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런 일에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고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며 기어이 주차장까지 나와서 한 사람 한 사람을 꼬옥 안아 주었다.


아쉬운 시간을 뒤로하고 곧 아프리카에 생명들을 깨우러 가시는 분의 배웅을 위해 우리 팀은 역 앞으로 향했다. 젊은이들이 열심히 꾸려가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에서 앞으로 우리들의 삶의 여정들을 나누며 뜨겁게 인사를 했다. ‘머지않아 뒤따라 갈게요’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내 영혼이 황폐해지고 상처로 얼룩져 모든 것을 비뚤어지게 보았던 무가치한 인생에서, 어쩌다 내가 하루하루 꿈을 꾸고 날마다 생기를 소망하는 역전된 인생이 되었을까? 그 주신 은혜의 선물, 오늘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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