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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Oct 04. 2023

내가 살아가는 동안

긴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살며시 물어온다.

이제 떠날 시간이 정말 얼마 안 남았네. 너에게 무엇을 줘야 할까 

생각해 봤어.

어떤 귀한 선물을 줄까?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그러다 기도제목을 묻는다. 내가 너와 기도 속에서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래. 나의 기도제목은 무엇일까? 너의 덕분에 내 인생의 기도를 정리해 봐야겠다.

조금만 기다려줘. 



몇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민.

겁 많고 힘들 것 같으면 지레 포기 잘하는 내가, 처음부터 이 복잡하고 난해한 과정을 다 알았더라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만큼 한 사람이 나고 자란 곳을 떠난다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이 많아질수록 얽히고설킨 것들을 다시 처음부터 세워나가는 과정 같았다. 


첫 이민비자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내가 안전한 사람이며 손해를 끼치지 않을 사람임을 입증해야 하기에

가족관계(기본, 혼인) 증명서, 초본, 출입국 사실증명, 범죄수사경력 회보서를 보내고 건강함을 밝히는  

온갖 신체검사와 예방접종, 파산 나지 않을 경제를 증명할 예금 잔고증명서를 더해 비자인터뷰를 통과해야 했다.


그러고 나면 본격적인 체류준비.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집을 알아보고 이곳의 금융과 부동산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살아갈 곳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했다. 가족관계증명서, 이민비자, 국제. 영문 면허증, 신체검사서류, 자녀들의 재학. 성적

증명서, 예방접종 확인서, 경력증명서, 자동차 보험가입 증명서, 

무사고 증명서등.... 휴우~~


앞으로 현지에 가서도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날짜가 임박해 올수록 사람들이 물어온다. 이제 준비는 다 되었냐고.

아직도 주거지나 아이들의 학교, 진로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라 대답을 얼버무리고 있을 때 

내 대신 답을 주신다.

“진행을 해 주신 분이 함께 하신다면 이제 발을 내딛고 나아가면 ‘여호와 이레’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걸음을 떼라고...”


그동안 많은 훈련을 통해 나를 단련시키신 것 같다.

제도권을 벗어나 나의 아이들과 홈스쿨을 하며 짜여진 틀이 아닌, 꼭 이 시기에 접해 주고 싶었던 것들을 같이 경험했고

큰아이를 아프리카에 보내며 갑자기 내전이 났다는 소식에 아무런 

연락도 안 되는 하루 동안 내 힘으로는 무엇도 지켜줄 수 없다는 것과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도 알았으며

아이를 키우려면 많은 수고와 경제가 필요하여 자녀를 한 두 명만 낳으려고 할 때 미련스럽게 보일만큼 밀고 나갔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 보니 나에게 더 큰 꿈과 기쁨과 행복을 안기어 주었다.


그래서 문제는 나를 절망 가운데 빠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였고 

나를 바꾸는 시기였고

더욱 꿈을 꿀 수 있는 축복의 시간표였다.


평생 옆에 있어 언제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미뤄두었던 만남도 감사의 표현도 나눌 수 있어 좋고,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꼬깃꼬깃 간직해 두었던 것들을 풀어내어 주는 수많은 마음들과

선물들을 서로 간직할 수 있어 더욱 좋고.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한 

가장 행복한자를 꿈꾸며 나를 향한 계획이 있기에 

하루를 허락하셨다는 오늘을 다시 새롭게 시작해 본다.




         나, 나의 것, 나의 현장

세상이 원하는 행복이 아닌 세상이 말하는 열심히 아닌

세상이 외치는 성공이 아닌 하나님이 만드신 나를 찾게 하소서

내속에 가시가 뽑혀지고 내속의 동기가 사라지며

오직 여호와의 신으로 나 충만케 하소서

어둠이 덮인 곳에 빛을 가지고 절망 가득한 곳에 소망 가지고

현실만 있는 곳에 미래 가지고 렘넌트여 그곳으로 가라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거짓된 모습에 속지 않고

무너져 가는 이 땅을 살릴 하나님이 주신 나의 것 찾게 하소서

우리의 빛이 현장 살리고 이 땅의 흑암 무너지도록

오직 여호와의 신으로 우리 충만케 하소서

어둠이 덮인 곳에 빛을 가지고 절망 가득한 곳에 소망 가지고

현실만 있는 곳에 미래 가지고 렘넌트여 그곳으로 가라

하나님이 예비하신 그곳 절대 현장으로 담대히 가라

어둠이 덮인 곳에 빛을 가지고 절망 가득한 곳에 소망 가지고 

현실만 있는 곳에 미래 가지고 렘넌트여 그곳으로 가라




자녀들의 마지막 인사무대로 올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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