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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May 28. 2024

스윗 홈(sweet home)


미국에 온 지 7개월 동안 2번의 배수관이 터졌다.

온수관이 터져 바닥의 카펫을 걷어내고 말리며 다시 새것으로 시공을 하는 동안 우리는 오피스에서

제공하는 모델하우스로 옮겨 생활을 해야

하는 불편과 동시에 그동안 아이들이 살아보고 싶었던 2층집에서 각방에 각자의 침대와 가구들, 놀이시설이 준비되어 있는 예쁘고 넓은 집이었던지라 오히려

그 생활이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대가족을 위해 사용하시던

세탁기와 건조기를

물려받아 남편의 빈 공간을 우리 집에 유일한 남자인 셋째 아들이 설치를 하다가 일어난 사건이었다.

미국에서는 설치를 맡기는 것도 쉽지 않고,

공구를 사다

 손수 수리를 하는 편이 낫다는 말에

무턱대고 하다가 오래 사용하지 않았던 배관을 건드리자 이미 부러져 있었던 배관사이로 물이 샤워수처럼

쏟아 나왔다.

어디서 물은 잠가야 하는지.

수도꼭지는 뱅글뱅글 돌아가기만 할 뿐이었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모두가 다른 나라의 이웃들.

이미 오피스는 퇴근을 하고 난 이후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말 순간 울고 싶어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끝까지 방법을 찾아보고자 나는 남아있을지

모를 직원을 찾으러 오피스로 뛰어가는 동안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하나님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게 하시지 않는데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그분의 뜻은 무엇인지…


각자가 역할을 분담하여 큰아이는 전화를 걸고,

다른 아이들은 물을 받아 밖으로 버리고

짐을 옮겨 바닥을 닦는 등 폭풍우를 치르는 듯했다.

첫번째 배관이 터진 날

그러는 동안 이웃의 한국 분들과 연락이 되어

찾아오시고, 이웃의 인도 아저씨는

바지까지 걷어붙이며 밸브를 찾으러 다니시고 아시는 분에게 연락을 해주셨는데...

역시나 오피스 응급상황 응답기에 남겨 놓았던 메모를 듣고 오신 배관공 분들이 메인밸브를 잠그고

고장 난 배관을 고친 다음

바닥을 말리는 분들을 다 연결해 주셔서

그 저녁의 한바탕 소동은 막을 내렸다.


 밤새도록 돌아가는 기계소리와 많이 놀랐을 우리

가족들을 위해 이웃 한국 분들이 김밥과 라면 간식들과 선풍기까지 갖다 주시고,

어머니를 모시고 사시는 인도 아저씨는 언제든 집안에 도움이 필요하면 자신의 집에 요청하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많이 놀라고 삶이 불안정해지는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그 덕분에 집안 구석구석의

중요한 설치물들도 알게 되고

모든것을 초월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비밀의 방.

기도의 워룸까지 찾게 되었다.


미국에 유학생으로 와서 지금은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또 선교를 위해  준비하시는 이웃 분은 이곳에 소수 민족으로써 갖은 고생을 하셨던 터라

이 정도는 아주 가볍고 귀여운 정도라 하셨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렇게 힘들고 두렵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 순간도 서로가 힘을 모아 보니 조금은 안정이 되어가고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작년 9월에 시작해서 올해 5월로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나의 ESL수업도 이미 방학을 했다.  

이곳 분들은

나에게 묻는다.

한국과 많이 다른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지.


내게 이미 배어있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많이 힘들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보면 한국에서 아이들의 눈물을 쉴 새 없이 보아야 했던 고교입시와 대학입시를 뼈저리게 치러본 엄마로써.

그리고 늘 학교교육에 꿈을 꾸고 우리 후대들에게

소망을 심어 주고 싶어

교육현장을 뛰며  목말라 왔던 교육인으로써

이곳은 참 기회의 장이긴 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중. 고등학교만 가도 하교 이후

학원들의 빽빽한 스케줄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지만 이곳은 오후 2~3시가 되면 하교를 하고 집안에서 함께 요리를 하기도 하며, 바깥 잔디밭에서는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들로 활기차다.


그리고 오후에 학교를 방문해 보면 곳곳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야구, 축구, 미식축구, 라크로스 및 실내에서는

배구와 농구, 그리고

각각의 오케스트라, 밴드, 연극, 미술과 디자인등.

거기에다 지금은 한창 수영장을 공사 중이었다.

젊은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며, 이렇게 하고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전공들을 찾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비교의식과 열등감이 몰려올 때가 있었다.


이미 한국에서 평생 해야 할 공부를 하고 와서

지금은 쉬어야 한다는 자녀들의 말을 들을 때면

참 씁쓸하기도 하지만

멈추어 있거나 조금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면 불안이 찾아오고 내가 먼저 아이들을 판단하고 정죄하여

‘왜 꿈이 없느냐'라고 다그치는 어른이 아니라

기도로써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품어주며

그 가는 길을 열어

많은 영혼들이 깃들고 쉼을 줄 수 있는

인생의 작품을 남기는 자들로

자랄 수 있도록

축복해 주는

진정한 스윗 홈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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