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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어버드 Dec 03. 2024

류마티스 관절염이라구요?!

자가면역질환 환자입니다.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Big 4 crisis라더니...노안을 시작으로 올 초부터 영 몸 상태가 시원치 않았다. 기쿠치병이 재발했고 이미 터진 목과 허리 디스크는 네 개나 더 찢어졌다. 게다가 오른쪽 어깨 활액낭염에 이어 엉치뼈 활액낭염(bursitis)까지 진단받았다. 날이 갈수록 온몸의 관절이 뻣뻣하고 쑤셨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처방해 주신 진통소염제가 더 이상 듣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뜰 때면 증상이 더 심했다. 양쪽 손과 발이 퉁퉁 부었고 손바닥, 발바닥에 꽃처럼 불긋불긋한 피부발진이 생겼다. 손목과 발목 관절이 시큰거리고 아팠다. 무엇보다 손가락을 구부려 주먹을 쥘 수가 없어 물건을 자꾸 떨어뜨렸다. 젓가락질을 하고나면 손가락이 뻣뻣해 펴지지가 않았다. 밥을 먹기가 힘들었다.      


결국 주치의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동안의 피검사, 소변검사, 초음파, MRI 결과지와 함께 류마티스 전문의를 찾아가라며 소견서를 적어주셨다. 알려주신 류마티스 전문의(Rheumatologist)를 찾아갔고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인 류마티스 관절염(RA)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항류마티스제인 플라케닐(Plaquenil)약을 처방받았다.


휴... 

여태까지 한 운동과 음식 관리는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Why me...?  

습관처럼 책장을 뒤졌다. 몇년 전 인상깊게 읽었던 해리스 박사의 책 [The Deepest Well: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가 눈에 띄었다.      


“18세 이전에 반복적이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에 걸릴 가능성은 2배, 심장질환이 생길 가능성은 2.2배,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3.9배, 뇌졸증을 겪을 가능성은 2.4배, 자가면역질환으로 입원할 확률은 2배 높으며 기대수명은 20년 짧다.” -[The deepest well] by Dr. Nadine Burke Harris      


하아...올 것이 왔구나...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태어나 병치례가 잦았는데 결국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내 몸은 내 몸을 공격하는 체질이 되었구나... 

객지생활 내내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일으켰던 반복적인 사건들이 잊혀지지 않고 나를 공격할 때면 심호흡과 운동으로 나를 돌봐왔다. 역부족이었나 보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니...

그렇다고 어린시절부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 부모님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이미 오래전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해 용서를 했기에...     


현재의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      

우선, 울릉공 아파트를 팔았다. 

그리고 새벽 세시면 나가던 울릉공 예고 청소일을 그만두었다. 

마지막으로 번역일도 더 이상 받지 않았다.      


무거웠던 짐을 부린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냥 쉬자. 

아무 생각말고 푹~~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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