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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뚜 Jul 15. 2024

나는 오늘..,

나는 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늙어간다는 은 신의 축복이 아닐까?


주일 새벽,

습관처럼 미사에 참석하고 의무처럼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하기위해 잠이 남은 눈에 힘을 줍니다.

매주 고정석처럼 앉는 자리 앞에는 늙은 노부부가 함께 자리합니다. 남편의 몸이 조금 좋지 않은 것인지 한시간즈음동안 아내는 남편을 살뜰히도 챙깁니다. 그 모습이 예뻐 매번 신부님 말씀을 놓치니 나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나이롱 신자인 모양입니다.

기도서를 펼치고 일일이 남편에게 손가락으로 알려주고, 표도 나지 않는 비뚫어진 자켓을 바로 잡아주고..,

꼭 붙어 앉은 모습이 정갈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시선이 갑니다. 서로에게 평화를 빌어줄 때 마주치는 노부부의 눈빛이 맑고 깨끗하여, 입가의 미소가 아름다워서, 마주보는 나는 행복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은 내자리를 다른 이가 앉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뭐 옆으로 비켜 앉으면 그만입니다. 단지 예쁘던 노부부가 없습니다. 성전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덜컥 걱정이 앞섰습니다. 혹시 어르신이 편찮으신 건 아닐까? 거의 일년을 보던 분들이 오늘 보이지 않습니다. 여름이라 자식들 효도관광이라도 다니러 가셨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 새벽에도 앞자리에 앉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대리만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함께 늙어갈 대상이 없는 나는 그래서 유독 두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걷거나 앉아 있는 모습이 좋습니다.

은 내가 받지 못한 신의 축복을 받은 모양입니다. 다른 축복은 다 주시고 함께 늙을 수 있는 축복만 빼앗아가신 신이만.


나는 오늘,

그럼에도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앉을 한번의 기회는 더 왔고,

무탈하게 흘러갈 것이기에,

내게는 선물같은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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