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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뚜 Aug 11. 2024

사실은

사실은 좀 그랬다.

어떻게 결정했냐고 물으면 그냥 모든 걸 포기했다고 그렇게 속으로만 삼켰더랬다.

조금만 더 여유있게 살고 싶고 쫒기듯 살고 싶지 않아 내린 결단, 그 많던 욕심보를 내려 놓고, 언젠가는 다시 주워담아 마음껏 욕심을 채우리라 다짐하며 뒤도 돌아보지않고 결정에 따라 앞으로 나아갔더랬다.


모든 살림을 창고에 가두어 두고 부모님집 문간방 신세가 되었다. 핑계는 많았지만 늙은 부모님의 병환에 솔릴 수 밖에 없었다.


조금은 불편하고 부담스러웠고, 많이 불편해하는 아이를 외면하는 마음은 미안함으로 점철되었다. 그래도 살아지는 게 삶이라 조금씩 위로도 생기고 편리함도 늘어간다. 혼자 외롭던 시간은 시끌벅적한 가족들과의 시간이 된다. 울고 싶을 때 조차 울지 못하게 된 지금의 가족관계가 반갑기까지 하다. 다행이다. 아직 마르지 않았던 눈물샘을 인공적으로 차단한 삶이 나름 만족스럽다.


그리고,

길어진 여름밤 덕분에 퇴근 길에 만나는 일몰은 환상이다. 잊었던 설레임을 찾게 해 준다. 어렵게 결정한 이사의 마무리에 이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니. 예쁜거 좋아하고 하늘 좋아하고 붉은 색을 좋아하는 나는  사진에 담는 일출, 일몰과 하늘, 구름을 유독 좋아했었지. 잊고 있었지만. 여기 새 보금자리는 넓은 삼거리 앞이다. 탁 트인 뷰가 끝내준다. 비록 자동차안에서 맞이하는 뷰이기는 하나 충분히 만족스럽다.


하늘은 예쁘다. "우와~"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급한데로 신호대기 중에 휴대폰을 꺼내든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색채의 향연은 자연의 신비마저 일깨워준다. 신호가  바뀌는데 움직이기 싫은 나는 여전히 엑셀을 밟고 있다. 잠깐만이라도  멈추어진  이 순간이 참으로 좋다. 오늘도 예쁜 그림하나 기억 저장소에 기록한다. 작은 행복은 삶을 충만하게 한다. 나른하고 배가 부르다.


이사오길 잘 했다.

마음이 조금씩 평온해 진다. 버린 욕심에 미련은 없다. 하나씩 찾아가는 작은 의미들이 버팀목이 되어 준다. 이렇게 하나하나 발견하는 재미로 나는 버틴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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