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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철 Jan 13. 2024

직원의 옷차림은 오너의 옷차림을 넘어설 수 없다.

오타 몇 개 고치려고 수정 버튼을 누른다는 게 삭제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자네 1억줄 테니 미얀마에서 유학사업 어떤가?>가 날아갔다. ㅜ


다시 쓰자니 잘 기억도 안 나고 해서 그 다음 이야기를 써 보고자 한다.


수수료 협상은 상대가 내가 염두한 금액을 부르기에 두말 없이 그러마 했다. 그는


"뭐 내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연결만 해 주는 건데 많이 먹을 수가 있나. 이 정도면 됐지."


라고 했지만 정말 연결만 해 주는 것이라면 그보다는 적게 불렀으면 더 감사했을 것이다. 적정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네트워크를 통해 학생들을 한국에 보내면 내가 대학마다를 찾아다니면서 신경전을 하고 수수료 협상을 하느라 밀당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 중국 현지에서 가맹점 내부 시스템을 제대로 짜는 게 내게 더 남는 것이라 판단했다. 유학 사업에서의 배신은 현지와 한국 모두에서 일어난다. 현지에서든 한국에서든 수수료 배분 장난을 쳐서 거래처 가로채기기가 일상으로 일어난다.


중국 친구들과 일하면서 들은 한국인들에 관한 몇몇 우스개 소리 중에


'한국인은 꽥꽥 지르면서 한 대도 못 때리지만, 중국인은 누가 찔렀는지도 모르게 뒤에서 베어버린다'


는 말이 있다. 그가 한국에서의 리스크는 어느 정도 커버해 줄 테니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중국 현지에서의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브랜드 파워를 키울 생각이다. 다만, 그는 상인이므로 언제든 나와 이익 관계가 틀어지면 갖고 있던 대학 네트워크를 모두 끊어버릴 수 있다는 면에서 나도 플랜B, C, D까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제 그와 술을 곁들인 저녁을 먹을 때 나는 주로 듣는 편이었다. 함께 온 그의 직원은 5명이었고, 연령대와 연차가 다양한 듯하여 그가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뜻하지 않은 기회가 되었다.


20대에게든 40대에게는 직원에게 '야, 너'라는 호칭을 쓴다든가 20대 여직원에게 '사랑한다'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을 보고 생각이 좀 많아졌다. 맥락상 희롱이 아님은 알겠으나 대표의 적절한 모습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적어도 60대 이상은 되어 보이는 그는 청바지에 윗옷이 등산복 차림이었는데 혹시 오늘만 이 차림인가 하여, 다음날 센터에 방문해서도 관찰했는데 비슷했다. 직원들도 다르지 않았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 대부분이었다. 스스로는 물론 팀원에게도 반드시 정장을 갖춰 입도록 한 나와는 너무도 대비되었다. 직원의 옷차림은 오너의 옷차림과 비례한다. 내가 등산복 입고 출근하면 직원들도 아무렇게나 입고 오고, 거래처나 외부 미팅에서 상대에게 아무렇게나의 취급을 받을 것이다. 나는 나와 내 팀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옷차림도 일종의 전략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거래처에 시간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내가 비행기에서 내린 것을 알고 바로 자기 센터로 올 것을 주문했으나 나는 수업과 미팅을 이유로 본래 약속한 시간에 가겠다고 답변했다. 경험상 비행기에서 바로 내린 후 협상에 들어가면 내가 손해가 난다. 특히나 상대의 재촉으로 시간을 당겨서 가는 자리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시간을 맞추려고 마음이 다급해져서 상대 페이스에 말리기 때문이다. 카페나 호텔에서 적당히 쉬면서 내 페이스를 찾고, 협상 상황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번쯤 하고 들어가야 한다.(예전에 수익 배분 조율에서 몇 번 말아먹고 스스로와 약속한 루틴이다.) 대신 본래 약속에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다.

 

상대와 연령 차이가 크게 때에는 특히나 갖춰입고 말도 예의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사업해 보니까, 내가 보니까' 등의 꼰대류 소리가 3번 나올 1번만 나오게 있다. 상대는 연령과 경험치로 나를 제압하려고 드는데 상대의 직원과 같이 있을 때는 침묵으로 상대의 체면을 지켜주지만 1:1일 때는 자리를 정리한다. 나는 협상 파트너로 나간 것이지 잔소리 들으러 간 당신 딸이나 직원으로 거기 앉아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수료 배분 얘기를 끝내고도 그는 내게 충고를 이어갔다.


"아직 사업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사업가는 사업을 해야지 무슨 강의예요? 나는 강의 하나도 몰라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라. 사업가는 돈을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니요?"


"글쎄요. 단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은 직접 실무를 하셔야 할 단계가 지나신 것일 수도 있고요."


사업가는 강의를 하면 안 되는가? 수업을 하면 안 되는가? 실무를 하면 안 되는가? 호찌민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내 생각해 봤지만 '스스로 자신의 롤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생각이 귀결되었다. 그는 본인을 실무는 몰라도 되는 사업가도 정한 것이고, 나는 강의도 할 수 있는 사업가로 설정했을 뿐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누가 끝까지 가는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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