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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an 13. 2024

베트남에서 한국어 강사 시급은 얼마일까?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 중

베트남 현지 대학에서의 한 학기 강의가 끝나간다. 강의를 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대학 강의로는 현지 한국어교육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의 커리큘럼은 교육부 정책을 반영하여 이미 시스템화되어 있으므로 지금 당장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강의로 개설해 줄 수 없고, 따라서 수업 내용도, 교재도 시스템을 벗어나 즉각적인 현재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학기 강의를 마치면 학원 강의로 돌려서 베트남 현지 한국어교육 날것의 모습을 보자고 다짐했었다.


현지 학원에 지원하기


그리고 지난주 현지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성이 높다는 K학원에 이력서를 보냈다. 이력서를 보내고 얼마 안 있어 ‘채용 논술 시험지’가 도착했는데 문항이 60여 개나 되어 깊게 고민하지 않고 평소 생각하던 바를 타이핑하는 데 만도 2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논술 시험 문항


제목은 ‘논술 시험’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내용은 교육관과 강사로서의 태도, 돌발 상황 대처, 학생 성적에 대한 책임 소재 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앞부분에 가족관계, 가족의 나이와 직업, 이성 친구 유무, 주량, 종교, 애창곡 등을 묻는 항목이 있어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뒷부분에 가서는 제법 의미 있는 항목들이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본인이 만약 학원을 경영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학원을 경영하시겠습니까? 원생 모집, 원생 관리, 학부모       관리, 지역사회 봉사 및 기타 영역으로 분류하여 답변하십시오.

② 강의에 대한 원생의 이해 정도를 수강 인원의 몇%로 기준을 삼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③ 학원 활성화를 위해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④ 학원 활성화를 위해 강사와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⑤ 자신이 받는 금료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어느 정도 매출이면 학원과 자신을 위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까?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⑥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다음 사항 중 우선 순위와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⑦ 침체되는 학원과 활성화되는 학원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⑧ 퇴소하는 원생이 많을 때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며 책임 소재를 규명해 본다면 경영자 %,

    강사 %라고 생각하십니까?

⑨ 동료들의 잦은 학원 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⑩ 최근 교육 관련 기사에서 읽은 주제에 대해서 말해보세요.


한국의 어학당이나 학원에서는 강사를 뽑을 때, 주로 교안 작성을 필기시험으로 삼는다. 그리고 작성한 교안을 바탕으로 시범 강의를 하게 하고 이 두 개의 점수를 합산하여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 학원에서는 독특하게도 경영자 입장에서의 질문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답변을 작성하면서 만약 이 문제를 원장이 직접 냈다면 학원을 경영하면서 스스로 품고 있던 질문임과 동시에 분점을 낼 깜냥이 되는 강사인지를 분별하기 위한 항목이라고 생각했다. 위 질문들은 실제 내가 중국에서 학원을 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이것저것을 알아보면서 내 자신에게 했던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면접


답변지를 보내고 얼마 안 있어 학원 측으로부터 만나서 일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침 일찍 학원을 방문하였다. 솔직히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보다도 시설이 깔끔하고 좋아서 내심 놀랐다. 30분 일찍 도착했는데도 직원들은 내게 소파에 앉아 기다리라고 했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관리자실에 관리자임 직한 분이 앉아 있었고, 나를 보았을 텐데도 들여보내지 않는 것을 보니 ‘만나기로 한 9시 정각에 보려는 거구나’ 싶어 커피를 마실 겸 밖으로 나왔다. 커피를 마시는 척 입구에 서서 건물을 올려다보니 6층 건물, 모든 층이 한국어 교실은 아닌 듯싶고, 1층 면적으로 보아 층당 적어도 강의실 6개는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많은 강의실을 놀리지 않으려면 분명 한국어 하나만 가지고는 매출이 힘들 것이었다. 그럼 뭐가 또 있을까? 입구를 찬찬히 훑어보니 중국어로 된 ‘중국어양성센터’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어도 가르치는구나.’


1층에 주차된 오토바이 수와 현관에 놓인 학생들 신발 수를 헤아리고 있는데 직원이 나를 불렀다. 관리자는 내게 자기소개와 베트남에 온 이유, 이 학원에 지원한 이유, 베트남에서 얼마나 머물 것인지 등을 물었다. 나도 대략적인 커리큘럼과 학생 수, 학생들이 제일 많이 신청하는 강의, 교재 종류, 수업 단가, 강사 급여, 비자 발급 여부 등에 대해 질문했다.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눈 후 끝에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논술 시험지에 학원 운영에 관한 질문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혹시 강의에 대한 게 아니라 학원 운영과 관리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이유를 여쭈어도 될까요?”


“아.. 글쎄요. 그건 원장님이 넣으신 것이라서요. 이유는 원장님만 아실 것 같은데요. 모셔올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역시’


원장은 이 학원은 어디까지, 얼마나 확장하려는 것일까? 새삼 원장이라는 사람이 이 학원의 미래를 어디까지 그리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 시급이면 생각하실 시간이 필요하시겠지요?”


“아닙니다. 전 할 거예요. 8월부터 가능합니다.”


한국어 강의 시급


관리자는 놀라는 눈치였다. 학원 측에서 제시한 45분 기준 강의 시급은 한국 돈으로 6,812원이었다. 물론 베트남 동으로 제시하였으므로 환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오늘 기준으로는 그랬다. 현재 대학에서 받는 50분 기준 시급이 17,670원이고, 내가 온라인에서 50분 강의를 하면서 받는 시급은 32,245원이다. 그러니까 이 학원은 내 온라인 수업의 5분의 1 시급을 제시한 것이다. 현재 시급만 본다면 사람들은 나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는 여기에서 일함으로써 얻게 될 경험 자산을 고려하여 이 학원에서의 시급을 내 온라인 수업보다 1.5배 더 높게 치고 있었다.


‘여기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거야.’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쏟아지는 햇볕과 땀에 색이 바랜 그랩 아저씨의 유니폼을 보면서 어쩐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에 또 다시 스스로를 내던지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거칠어진 손등과 주름과 낡은 옷자락을 쳐다본다.


‘내 삶이야. 누구도 살아주지 않는 내 시간. 다른 사람의 트랙이 아니라 나만의 트랙을 달리고 있는 거야. 그래서 못 달린다고, 헤맨다고 내게 욕하거나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야. 그러니까 쫄지 말고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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