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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 Jan 22. 2024

5년 뒤, 나는 루브르 가이드가 된다.  

미술 까막눈 40대 아줌마, 가족여행을 위해 5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나는 미술 까막눈이다. 


동앙 미술은 말할 것도 없고, 

잘 알려진 서양미술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그림이라고는 

'모나리자','밤의 카페테리아','수련' 정도?

(미술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이 세 작품 정도는 알겠지..)


40대, 문득 '나이듦'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어떻게 늙을까? 하고 상상을 해봤다. 


몸매는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피부는 적당이 탄력있었으면 좋겠고, 

돈은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데 아쉬움 없을 만큼 있었으면 좋겠고, 

가족관계는 화목했으면 좋겠다. 


여기까지는 모든 사람이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의 나이듦이다. 


그런데 문득, 


'나는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될까?'


이런 질문을 하는 순간, 

나의 동공지진은 지진났다. 


자녀교육, 남편, 돈, 건강, 요리, 운동 등등 

보편적인 일상생활 이야기는

사실 들으나 마나 한 소리가 70% 넘는다. 


10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아직 60년은 더 살아갈텐데, 

70%의 시간을 (60년*70%=42년??..)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

채우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나랑 대화하고 싶을까?'


곰곰히...

곰곰히...

곰곰히...



계속 계속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으르신들은

공통적으로

예의바르고, 친절하고, 교양있으셨다. 


그래, 

교양!


교양.. 

교양...

교양....


'나는 어떤 사람이 교양있게 느껴지더라?'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고 계속 듣고싶어 하는 이야기는 뭐가 있더라?'


질문에 

질문을

더하다 보니, 


득 30대 중반에 홀로 다녀온 

5일간의 유럽여행이 떠올랐다.


맞다, 

유럽에서는 하루 종일 문화와 예술에 흠뻑 빠져있었지. 

문화/예술 까막눈인 나도

그냥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 

그리고 잠깐이나마 이런 꿈을 꾸었지.


50살이 되면 

바티칸에서 3년,

루부르에서 3년,

그림 해설 투어를 하고싶다고..


집에 돌아와

여행의 여운과 부푼 꿈을 안고 

'곰브리치 미술사'를 샀지만, 


너무 두껍고 글씨가 작아서

그 책은 지금까지 책장에 박제가 되었지. 


서양 미술은 

내가 동경하고 재밌어하는 이야기가 가득하지. 


듣고 나면 바로 까먹는다는 함정이 있지만


조금씩 천천히 공부하면

조금씩 천천히 알아가면

조금씩 천천히 재미를 느끼면


5년쯤 뒤에는 

누군가에게 

그림 몇 점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읊조릴 수 있는

그런 

교양있는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클래식은 영원하댔지. 

나이가 들어도, 

재미있는 그림 이야기를 해주는 아줌마 옆에는

가끔씩 사람들이 다가오겠지.'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또 뭔가, 막연했다. 

사실 이건 뭐..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아닌가!


여행에서 다녀오자마자 

내 머릿속에

미술에 대한 관심이 싹 식은 것처럼, 

이 생각도

흐지부지 될 확률이 99%다. 


현실적인 목표를 잡자. 


'내가 당장 바라는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매 순간 잊지않는 단 하나의 목표, 

'멋진 엄마, 멋진 와이프'가 되는 것.


그렇다.

나의 목표를 가족을 향하여 잡으면

조금 더 현실적인 과제로 다가온다. 


5년뒤엔 아이들이 10살이 되고, 

그쯤되면

가족이 함께 유럽에 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루부르에 가자.

내가 멋지게 해설해줄게.'


루부르의 모든 작품을 알진 못하더라도 

자신있는 4~5개 작품정도는

왠만한 투어가이드 보다 

더 멋지게 해설 할 수 있도록 해보자. 


그럼 아이들과 남편은

나를 무진장 '멋지게' 바라 보겠지? 

(흐흐흐... ^^*)


짧게는 가족을 위해

길게는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을 위해

교양있는 아줌마가 되자. 


이렇게 나는 

'5년 뒤 루브르 가이드가 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교양있는 어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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