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변한다
"내가 먼저 읽을 차례야"
“아니야 내가 먼저야!"
아이들의 실랑이가 시작된다
"ㅇㅇ아, 내 책 읽을 때는 좀 조용히 해 줄래?"
"왜~ 누나한테 한 말이 아니고 엄마한테 말하는 거야"
분명 “책 읽어주세요~”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을 들고 온 것 같은데..책을 보는 건지,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지.. 언뜻 보면 알 수도 없다. 어른 하나, 비슷한 또래의 어린이가 둘, 이렇게 모인 세명은 시끌벅적하게 책을 펴고 읽기를 시작한다. 시작은 떠들썩했지만 어느새 조용하게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연년생 책육아]를 하면서 책 읽는 시간은 대중이 없다. 대략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손에 책이 잡히는 대로다. 더 상세하게 이야기하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치원을 다녀오자마자, 간식을 먹을 때나 밥을 먹을 때, 놀다가 지쳐있을 때, 좀 심심해할 때,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이 모두 책을 읽는 시간이다.
단, 이 모든 시간 중에 아이가 책 읽기를 원할 때 함께 읽는다.
책 읽는 방법은 또 어떠한가? 아이 한 명이 엄마 무릎에 잠시 머물다 자리를 비우면 어느새 다른 한 명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든다. 물론 두 아이가 무릎 한쪽씩을 차지하고 앉을 때도 많다. 그래서 무릎 좀 덜 아파보려고 책상이나 상을 이방 저 방에 넣어 놓았다. 독서대가 없이 책을 보다 보니 아이들을 끼고 책을 넘기기도 힘들고 자세도 구부정해지는 것 같아 집에 있는 모든 책상이나 상위에 작은 독서대를 놓았고, 바닥에서는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독서대를 사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방법을 써봐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엄마의 목소리이다. 책에 딸린 말하는 펜이란 펜은 다 사용해봤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엄마의 음성을 좋아한다.
이제는 아이들을 끼고 내 몸이 녹아나는 것 같지만 입과 손은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그런 시간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게 되었을까?
시간을 거슬러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8개월이 지났을 어느 날이었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거실 매트 위에 누워 나를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세돌이 채 지나지 않은 아이들의 까맣고 진한 눈동자 4개가 엄마의 움직임에 반응을 하는데 그 눈동자가 어찌나 반짝반짝한 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 눈빛은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것이 육아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보내는 무언의 신호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순간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내가 찾은 그 무엇인가는 바로 책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들 전집을 사들이며 책을 읽어주는 소위 말해 "책육아"를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