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홀수 Dec 07. 2020

새로운 공간은 힘이 세다

한 개인의 소소한 공간 연대기_10화 


새로운 공간은 힘이 있다. 어머니는 이사를 온 지 한 달 뒤 예전에 일로 인연을 맺은 의사의 자서전을 쓰게 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어머니는 거실에 자리한 넓은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80대 현역으로 새로운 공간에서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Amazing!! 

 

새로운 공간은 힘이 있다. 나는 난생처음 내가 살 집을 내 마음대로 꾸며보는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가 꾸며 놓은, 먼저 그곳에서 살았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취향에 맞춰 살아왔다. 타인의 취향과 내 취향이 버무려져 적당한 선을 맞추면서. 


공간에 대한 꿈은 있었지만 감히 내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적당히 뒤편에 서서 구경만 했다. 하지만 공간은 사진으로만, 영상으로만, 또는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만 봐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공간 안을 천천히 거닐며,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물건과 그 물건을 간직해 온 사람, 그 물건이 간직해 온 이야기와 지금까지 기다려온 시간, 이 모든 것이 공간과 함께 숨 쉬고 있음을 느껴야 했다.

 

새로운 공간은 힘이 있다. 


이제껏, 편집자로 기획자로 살아왔지만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려 한다. 내 취향이 담긴 이 공간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나의 공간을 사진으로만 본다면 ‘집 넓고 돈 있으면 누구는 리모델링을 못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8평 월세 오피스텔에서부터 13평으로 23평으로 또 지금의 집으로까지 공간에 대한 꿈을 갖고 긴 시간을 지나왔다. 리모델링 예산을 아끼기 위해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어 7m 줄자와 노란색 마스킹 테이프를 공사 기간 내내 끼고 살았다.

 

한 개인의 공간 연대기, 개인의 소소한 이런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내 공간을 방문할 사람이 먼저 이 글을 읽는다면 우리의 공감대는 두 배 더 커질 것이다. 뒤편에 서서 늘 공간을 짝사랑만 해 왔던 사람이 어떻게 넘사벽의 벽을 깨고 스스로 공간의 주체가 되었는지도 나누고 싶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공간은 힘이 될 것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려 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불확실하지만 공간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사람, 글 읽기와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책을 좋아하는 사람, 요리를 즐기는 사람,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가고 머물며, 때로는 이곳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며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으로의 초대를 준비하고 있다. 

 

당신은 그 초대에 응해주면 된다. 

단, 이 글을 읽은 다음 왔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홀수의 서재]로 '초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20대부터 간직하고 있는 옛 책과 세계 각국의 머그컵, 그림, 소소한 볼거리가 많은 홀수의 서재에 따뜻한 차를 준비해 놓겠습니다. 


 친구와 작업 중인 홀수의 서재  


매거진의 이전글 오가고 머물며, 또 다른 꿈을 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