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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수 Jan 06. 2021

(새해는) 좀 뒤뚱거려도 좋아!

늦은 걸음으로 작가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이 제 지난 글에 라이킷을 눌렀을 때 햇볕을 쬐며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강신주의 감정수업>. 요즘 들어서 가끔 가슴이 꽉 죄어올 때도 있고, 또 갑자기 빨리 뛸 때도 있습니다. 일상의 흐름이 바뀌고 친구와의 만남도 뜸한 틈을 타 제 안에 억눌림, 화, 분노 등의 감정만 자랐던 것일까요? 제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은 데 한 길 사람 속, 그것도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펼쳤죠. 비루함, 자긍심, 경탄까지 읽고 막 다음 장으로 넘어가려 할 때 작가님의 라이킷을 확인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작가님의 브런치에 들어가 새롭게 올린 글을 읽었습니다. 뭐랄까. 작가님을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대화를 나눈 적도 없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느낌이 듭니다. 물론 저 혼자의 생각이겠지만.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왠지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작가님의 브런치를 자주 왔다 갔다 합니다. 새로운 글을 올렸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작가님의 글에 녹아 있는 생각을 읽는 시간이 좋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처럼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서투른 사람이 '브런치'를 한다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글을 쓸 때는 댓글 기능을 차단했었습니다(댓글 기능을 풀었어도 차단과 비슷하지만 ㅎㅎ). 때로는 글을 써놓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직도 낯섭니다. 개인의 경험, 생각과 감정을 쏟아낸 글이 무슨 의미가 있지 하면서 노트북을 덮을 때도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잡을 오래 해서 일까요? 그동안 제가 썼던 글은 늘 목적이 있었고, 타깃이 명확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방향이 있었고, 읽을 대상이 확실히 정해져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그때 써야 할 글의 톤도 정해져 있었죠. 그들이 요구하는 글을 써야 했고, 수정을 요하면 제 의지와 상관없이 수정을 해야 했습니다. 일로서의 글, 밥벌이로서의 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그만큼의 글만 써왔죠. 그래서인지 제 경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여전히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런 저에게 작가님이 보내준 라이킷은 그 의미 이상이었습니다. 뭔가 아직도 이 공간이 내 공간처럼 편하지 않은 저에게 '괜찮아요'라고 말을 건네는 것도 같고, 마감이 없는 브런치 글쓰기를 내일로 미루기만 하는 저를 컴퓨터 앞으로 불러오게 하고, 지름신이 오듯 그분을 오게 해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게 만드는 힘, 이랄까요.  


작가님의 응원에 힘입어 올해는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좀 더 솔직해져야겠습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공간, 무엇을 쓰든 자유로운 공간, 꾸미지 않고, 가식도 없는 날(raw) 것의 상태, 온전한 나로서 때로는 내 가슴이 뜨겁게 숨 쉴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이 공간에서는 제 스스로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마음도 몸도 흐트러져야 되겠습니다. 오랫동안 똑바른 길을 걸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왔지만 이곳에서는 뒤뚱뒤뚱 걷는 오리의 발걸음을 닮아야겠습니다. 너무 애쓰면서 쓸 필요도 없고, 누구의 입맛에 맞춰서 쓸 필요는 더더욱 없기에. 


올해는 작가님의 브런치에 더 풍성한 글감이 가득 찰 것 같습니다. 벌써 멋진 글로 새해를 시작하셨으니까요. 점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이 공간에서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함께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위로가 되기도 하고, 무언의 약속을 지키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글과 생각을 나누며, 때로는 거울이 되어 한 해를 보냈으면 합니다. 


저는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늦은 걸음으로 작가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제가 게을러진다고 생각되면 오늘처럼 라이킷을 날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새해 홀수 드림 



ⓒ홀수. 엽서에 오일파스텔.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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