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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Apr 15. 2023

끝이 없는 길을 걸어가는 이유

어제 독서모임의 책은 인생의 베일이었다

나는 서머싯몸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그의 작품에는 개성으로 가득 차면서 대조적인 인물들이 등장해

본능적이고 적나라게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자신들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의 상세한 심리묘사는 인간에 대한 집요한 관찰력과 뛰어난 섬세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는 작가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만 그렇게 지독히 사람을 관찰할 수 있고 인물을 그려낼 수 있다


몸은 무난한 평가를 받는 작가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나는 몸이 좋다

그의 솔직함이 거침없음이 좋다

몸은 작가로서 비난받을 것을 각오하면서도 미친 듯이 써 내려갔을 것이다

그는 글을 쓰는 것을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쓰던 글을 멈춘다는 것은 살아 숨 쉬고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을 죽인다는 것인데

그는 지극히 그들을 사랑했으므로 그의 작품과 인물들에 대한 비난은

한낱 허공을 날아가는 종이비행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나는 그와 같은 글을 쓰고 싶기도 하다

좀 더 나이가 들고 경험을 많이 해서 지혜로워지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깜깜한 밤하늘의 오로라 같은 글을 써서 사람의 마음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싶다

할 수 있겠지

나는 할 수 있겠지


어제 회원분들이 했던 말들이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

우리는 어제 낮 분명히 헤어졌음에도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들이 내 마음속 수면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그 돌들은 분명 바닥까지 내려앉아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작고 커다란 여러 타원형을 여기저기서 그려내고 있다


내게 가장 소중하고 아끼는 시간은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는 시간들인데

어젯밤과 오늘 새벽

그들의 말을 마음을 눈빛을 남기고 싶은 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소녀 같은 선영님은 사랑은 10년이나 지속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하셨다

멋진 남자가 나타나면

송중기 같은 남자가 나타나 자신에게 다가오면 그와의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런 남자가 내게 다가오질 않아서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깊이 동감했다

나도 그럴 것 같다

송중기 같은 남자가 나타나면 진짜 흔들릴 것 같다

절대 절대 절대 그럴 일은 없지만

상상만 해도 너무나 즐거웠다

선영님의 상상력 솔직함 유쾌함은 나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세연님과 정의님은 끊임없이 설전을 이어가셨는데 즐겁고 재미있었다

다수의 여성분들이 있는 상황에서 혼자 남자인 정의님은

일반적인 남자들의 속성들에 대해 말끔해주셨는데 분명 난처하셨을 텐데도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정의님의 솔직한 발언들은 과거의 나를 내 시간들을 돌아보게 했다

역시나 정의님은 솔직하다 그래서 뇌리에 더 남는다


세연님은 언제나 아이같고 해맑고 투명한 유리 같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고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세연님은 자신을 나약하다 생각하시는데 본인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세연님은 용기 있는 분이다

그걸 아셨으면 좋겠다


쿠마님은 말이 거의 없으시고 듣는 것을 즐기신다

그러나 한 마디를 툭 던지는데 그것이 때로 허를 찔러 놀랍기도 하다

예상과 고정관념을 깨는 말들

쿠마님이 갖고 있는 자유로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경희님은 어린 시절 자신이 좋아하던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면 그 감정이 사라진 경험이 있다고 하셨는데

새로 오신 영우님이 그건 아마도 먼 거리에서 그를 지켜봤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먼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사람을 바라보면 그럴 수 있다고 하셨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느냐 가까이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상황들은 달라지는 것 같다

그 차이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결과물들은 달라지는 것 같다

영우님은 역시나 예리하시다


경희님은 때로 날카로운 질문을 하거나 과거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얘기하시는데

그게 경희님의 장점 같다

당연하게 여겨 넘어갔지만 한 번은 짚고 다시 멈춰서 현재를 생각하게 하는 것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

그것이 경희님의 힘이다


현주님은 명상을 꾸준히 하고 계신데

나도 아침에 일어나면 짧은 명상을 하고 있지만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아직도 힘들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더 많은 명상을 하고 수련을 하면 모든 것을 다 털어내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까?

언젠가 진지하게 명상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다


달달한 초콜릿과 호기심을 들고 온 영란님은 궁금한 질문들을 쏟아내시고

예정된 회의시간 때문에

일찍 일어나셨는데 깊이 대화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다음에 꼭 다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톡에서 이름만 봤던 희연님

처음 오신 선주님은 솔직하고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들을

말씀해 주셨는데 더 듣고 싶고 두 분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말하는 것도 즐겁지만 듣는 것은 역시나 더 재미있다

계속 나오시고 자주 나오셔서 더 많은 얘기들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정숙님은 낭만은 관계는 서로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하셨는데

내가 평상시 갖고 있던 생각들과 비슷해서 더욱 반가웠다


모든 만남과 인연을 길게 이어갈 수는 없다

지나가는 인연이 있기도 하고 무엇이든 억지로 만들어가는 것에든 한계가 있다

소중한 관계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그러나 끝을 만나지 않으려면 우리는 끊임없이 걸어야 하고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길은

길을 만들어가는 것은 나 혼자는 너 혼자는 불가능하다

오직 우리만이 그 길을 만들 수 있다

만들고 걷고 다시 만들고 걷고를 끊임없이 지루할 정도로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간다고 해서 찬란한 무언가를 만나는 것도

황금 같은 보물들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 길의 끝에는 서로를 아끼고 보살폈던 사랑했던 시간들을 비춰주는 거울이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나 그 길을 걸었을 때는 검은 머리카락, 팽팽한 피부, 건강, 열정을 가진 젊은이였지만

길 끝에 서있는 커다란 거울에 비친 우리는 백발, 주름진 피부, 쇠약함을 가진 노인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힘들고 고통스러움이 굽이 굽이 있었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놓지 않았던 애정과 사랑이 다정함이 성실함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지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지

나는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너와 함께 그 길을 걷고 또 만들어 갈 것이다


감사합니다

나는 어제 여러분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여러분들이 있어 나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리더님

항상 중심을 잡고 계셔서

우리에게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커다란 나무가 서 있으려면 단단하고 영양분 있는 땅이 필요하지요

리더님은 땅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음껏 뿌리내리고 줄기를 뻗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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