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비즈니스 로드맵: 거인의 등에 올라타는 법

by 전략가 김재훈

16년 동안 제복을 입고 전후방을 누비던 군인으로서,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을 인도라는 거대한 땅에서 보낸 이방인으로서 나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목격했다. 10부작의 마침표를 찍으며 내가 내린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도는 '공략'하는 곳이 아니라, 그들의 '리듬'에 나를 맞추어 함께 걷는 곳이다.



숫자가 아닌 사람의 숨결을 읽어라


우리는 흔히 14억이라는 압도적인 숫자에 매몰된다. 하지만 그 숫자는 통계일 뿐 비즈니스의 정답이 아니다. 나는 인도에서 맥북을 비싸게 사고, 거주증 하나를 얻기 위해 관공서를 수십 번 드나들며 깨달았다. 우리가 만나는 것은 14억의 인구가 아니라, 저마다의 역사와 자부심을 가진 14억 개의 '이야기'다. 숫자를 쫓는 자는 지치지만, 사람을 얻는 자는 결국 판을 흔든다.

인도에서 필요한 것은 '신뢰'다.



'조급함'이라는 독을 버려라


한국인의 가장 큰 장점이자 인도에서 가장 큰 독은 '빨리빨리'다. 인도의 행정은 느리고, 법규는 모호하며, 파트너는 속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국방참모대(DSSC)에서 엘리트 장교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느긋함 뒤에 숨겨진 치밀한 전략적 인내를 보았다. 조급함은 협상 테이블에서 당신의 패를 먼저 보여주게 만든다. 인도의 시간은 우리와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진짜 기회가 보이기 시작한다.

인도 비즈니스는 단거리 질주가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마라톤이다.



'주가드(Jugaad)'를 넘어 '시스템'으로


인도 특유의 임기응변인 주가드는 훌륭한 생존 도구지만, 비즈니스의 완성은 아니다. 한국 기업이 가진 강점은 정교한 시스템과 품질이다. 인도의 유연함에 한국의 시스템을 결합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인도를 대하는 정답이다. 나는 벵갈루루의 IT 단지에서 코딩하는 엔지니어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들의 하드웨어적 부족함을 우리의 기술로 채우고, 우리의 경직된 사고를 그들의 창의성으로 깨뜨릴 때 비로소 거인의 등에 올라탈 수 있다. 완벽한 시스템보다 더 강력한 것은 현장에 녹아든 유연한 시스템이다.



출사표는 준비되었는가

내가 쓴 이 10부작의 글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짐이자, 나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지도다. 인도는 거칠고 위험하지만, 그만큼 뜨겁고 거대한 기회를 품고 있다. 거인은 결코 스스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우리가 그만큼 커지거나, 그가 기꺼이 어깨를 내어줄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인도는 지금 어디쯤인가

지난 10주간 우리는 인도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미로를 함께 걸어왔다. 누군가는 조세 장벽에 절망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국방 시장의 폐쇄성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인도는 언제나 '진심'을 가진 이에게는 가장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나라였다.


우리는 지금 인도를 이용하려 하는가, 아니면 인도의 진정한 친구가 되려 하는가?

인도 비즈니스의 성공 로드맵은 화려한 엑셀 파일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 만난 인도인과 나눈 차 한 잔의 무게에서 결정된다. 이제 펜을 놓고 현장으로 나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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