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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도리 Sep 19. 2024

진짜 돈 안 받을 거야?

착한 인도인

인도 케랄라의 트리반드럼(Trivandrum)을 여행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나름 이곳의 명소인 Veli lake tourist village를 찾았고 어김없이 커피 한잔을 마시고 즐기겠다며 카페를 들어갔다.


그리고 인도식 커피(Indian coffee)를 주문했다. 인도의 카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페와 조금 다르다. 분위기도 그렇지만 특히 커피 메뉴는 확실히 다르다.


최근에는 아메리카노가 메뉴에서 보이고 있긴 하지만 전문 커피매장이 아닌 이상 대부분 블랙커피에 해당한다.


날씨가 매우 무더웠기에, 우리는 시원한 인도식 커피를 주문했다. 인도식 커피는 얼음 없는 밀크커피와 맛이 비슷하다. 상당히 달콤하고 고소하기 때문에 갈증을 해소하면서 기분전환도 된다. 가격은 대략 80~150루피(1~2천 원)로 우리에게 커피가격으로는 큰 부담이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2천 원 남짓하는 이 커피는 인도에서 특히, 인도의 일반인들에게는 꽤나 비싸고 고급 음료로 여겨진다. 차가운 음료이기도 하고, 가격도 이들에게는 그리 싼 편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세상 아름다운 호수뷰가 눈앞에 펼쳐지는 자리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인도식 커피를 마시는 이 기분은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인도에 있기에, 해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자유롭고 편안한 기분은 가히 인생에 있어 결코 무언가로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해도가 쏟은 커피

이렇게 감상에 빠져 커피를 즐기고 있는 순간, 일은 벌어졌다. 안고 있던 해도의 강력한 발차기로 인해 내가 아껴먹건 커피가 테이블과 바닥으로 쏟아진 것이다.


앗! 내 커피!



물론, 커피를 한 잔 더 주문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돈 보다도 주변 인도인들에게 그 어떤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인들은 돈이 많나 봐‘, ’쏟았다고 또 시키는 거 보니 돈을 너무 쉽게 쓰는 것 같아‘와 같은 오해말이다. 오지랖일 수 있지만, 나의 인도인들에 대한 태도는 항상 이랬다.


카페 점원이 쏜살같이 다가왔다. 괜찮냐는 말과 함께 내가 닦고 있던 휴지를 낚아채더니 직접 테이블과 바닥을 닦아주었다. 자리를 옮겨주겠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자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서 1/3 정도 남은 커피를 아내와 마시며 직원의 친절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직원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매우 젊은 친구였다. 인도가 중국의 인구를 추월하면서 가장 높은 잠재력으로 평가받는 부분이 바로 두터운 젊은 층이다. 국가로 보면 큰 경쟁력이지만 개인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를 달라진다. 경쟁해야 하는 대상이 많아지고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항상 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의 젊은 노동자들의 일하는 수준은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우리는 치열하게(?) 인도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한 후 계산을 하러 카운터에 갔다. 그리고 돈을 내려는 순간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 나와서 물어보니 직원의 천사와 같은 미소와 함께 쏟은 커피 값을 받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너무 뜻밖이었다.


인도에서의 돈과 관련된 거래는 사실 매우 치밀하고 철저하다. 돈에 의한 갑을관계가 확실하며, 그만큼 돈의 가치를 잘 활용한다. 그런 인도인이 내가 주문하고 내 실수로 쏟은 커피의 값을 받지 않겠다고 하니 약간 당황스러웠다.


커피값에 대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나갈 때까지 웃음과 친절만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나는 인도에서 또 하나를 경험하고 배웠다.


젊은 인도청년들은 확실히 인도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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