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졸업식에 온 엄마는
박사 선생님들의 졸업 가운을 보며
‘박사 가운은 더 멋있네.
박사 졸업식에는 가운을 하나 사야지’했다.
엄마는 살면서 지금까지 내 성적표를 본 적이 없다.
성적표가 나오면 그저 ‘수고했네’라는 말을 해주었다.
당연히 공부하라는 말도 한 적이 없다.
석사에 3번을 떨어지고 4번째 붙은 날,
엄마는 ‘밤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저렇게 힘들게 공부를 하나 짠했는데
원하는 길을 갈 수 있게 됐네. 축하해’
라는 말을 했다.
서른이 넘도록 직장 생활도 하지 않고 공부만 했던 나는
스스로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밥벌이 하나 못하는 내가
부모님께 불효를 하는 것이 아닌가 마음이 무거운 적이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지만
엄마는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해 주었다.
박사 역시 그랬다.
엄마는 내가 박사를 진학하든 안 하든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그저 현실과 타협하거나 지레 겁을 먹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남편이 처음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박사까지 하고 싶다고
그래서 결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박사 공부를 돕겠다고 했다.
상견례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는
나의 박사 진학이었다.
엄마는 시부모님께도 박사까지 마쳤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시부모님께서는 석사 논문이 남아 있는 남편과 함께
공부하면 좋겠네라며 좋아하셨다.
늘 뭔가 부족하고
해도 해도 모르는 것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이런 내가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논문을 쓸 수 있을까
나는 늘 불안했고 겁이 나서
섣불리 박사 시험에 도전하지 못하고
내년에, 다음 학기에 이렇게 미뤄왔다.
남들 다 하는 공부에
뭔 이렇게 구구절절 사연이 많은가 싶지만ㅎㅎㅎ
끊임없이 박사 빨리해야지라고
등 떠밀어 준 주변 사람들이 없었다면
용기를 못 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