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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 Eunjeong Dec 16. 2021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들

생각이 많아지는 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20살이 넘어서 가끔 사주를 보던 점을 보던

직업운에는 늘 선생님이 있었다.


엄마를 따라간 절에서

한 스님은 나에게

선생 밖에는 할 일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쁜 의도도 없는 나이 많은 어르신의 말씀으로 이해해 주세요)


나는 그 말이 정말 싫었다.

선생님만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초중고생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어른은

부모님과 선생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선생님은

적어도 학생들 앞에서는 인격자이어야 하며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며

감정적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에 대한 기준치가 높은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내가 서른 넘어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등학생이었다.


교단에 처음 서는 날,

나는 학생들에게 자신 없음을 고백했다.


좋은 선생님이 되어 줄 자신은 없지만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너희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했다면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알려 달라고,

그러면 꼭 진심으로 사과하겠노라 부탁했다.


그리고 대학원을 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늘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가르쳐왔다.

일본어 이외에는

내가 늘 그분들에게 배움을 얻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때는 두려움과 걱정보다는

모교에서 강의를 하고 싶다는 나의 꿈을 이룬 것이

마냥 기뻤고,

대학생들의 지식에 대한 니즈를

내가 다 채워줄 수 있을까 하는

처음과는 다른 걱정도 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만나는 날이 점점 가까워져 오면서

스스로에게 한 약속 하나가 있었다.


좋은 스승이 되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상처 주는 어른은 되지 말자.


학생들은 나의 노력을 알아주듯

강의 평가에 늘 장문의 편지를 써 주었다.


그들의 글에 내가 위로를 받았던 이유는

'우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알아요'

라는 메시지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나는 다음 학기에도 그다음 학기에도

그 글들을 받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유독 이번 학기는 힘에 부친다.

생각이 많아진다.

더 이상 노력으로 좁혀갈 수 없는 시대와 세대라는 벽인지

나의 부족함인지

어떠한 반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순간들이 찾아오면

나라는 한 사람의 감정이 올라왔다가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나의 자아가 죄책감을 느낀다.


이 글 또한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후회하게 되겠지...


그래도 또 내일은 아이들이 예뻐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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