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n Eunjeong Feb 08. 2022

[책리뷰]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유성호 지음


유성호 작가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님이자

국과수 촉탁 법의관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자주 나오시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강연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강연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선한 인상에 말씀도 잘하셔서

이 책을 보고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내가 처음 마주한 죽음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할아버지였다.


태어날 때부터 3세대가 함께 살았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내게 특별한

어떤 의미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매일 함께 하는 가족이었다.


그리고 장례식장이 아닌 집에서

장례식을 치렀던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장례식이었다.


늘 함께 살던 집에서 장례식을 치렀기 때문일까,

늘 함께 살았기 때문일까,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다.


숨을 쉬지 않는,

삼베옷을 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은

무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다.

그냥....

우리 할아버지였다.


죽음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면서

어두운 곳이 무서웠고, 죽음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늘 죽음이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대학 때는 죽음과 관한 강의 찾아들었고

죽음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성호 작가님을 떠나서도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잠시 죽음과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작가님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직업을 떠올렸다.


의사라고 하면 돈을 잘 버는

성공한 직업을 떠올리겠지만

법의학자는 그런 화려한 길과는

너무나 먼, 너무나 다른 길이었지만

작가님은 자신의 일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법의학자로 평생을 살아가길

희망하는 것 같다.


통번역 사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하지만

많은 오해, 그 오해로 인해

이 업계가 저평가되는 현실에

슬퍼하기도 하고 안타까웠다.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나의 프리랜서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명을, 삶을 논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왜 삶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의학적, 법학적으로 보면

생명과 삶의 정의가 명확해야

죽음을 정의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생각했을 때는

자신의 죽음을 직면하는 것이

자신의 삶은 온전히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성호 교수님의 서울대 '죽음'에 관한

교양강의가 학생들 사이에게

수강 신청이 치열한 강의 중에

하나인 것 역시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되어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겪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늘 한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를 보거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의사 선생님 환자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호자들에게 알린다.


사람의 마지막을 어떻게 알 수 있지?

그것이 가능한가?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그렇다면 당연히 예전보다 지금,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 준다.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많은 사람들이 독한 약기운에

생명을 연장해 주는 많은 기계로 인해

주변 사람들도 알아보기 힘들고

면회도 힘든 곳에서 눈을 감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때 어른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사람은 자기 갈 때는 아는 것 같다'

라는 말을 했다.


건강하셨던 할아버지는

그날따라 못 드시는 술을 한잔 하시고

주변 친구들을 만나고

큰 손주를 불러 무릎을 베고 자고 싶다 하셔

큰 오빠의 무릎을 베고 주무시다 돌아가셨다.


그 생각을 하니,

아! 이 책에서 말하는 죽음의 예감,

가족들의 심리적 준비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문구 선생의 마지막을 보면서

영화 '써니'가 생각났다.


자신의 인생 가장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장례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죽음 직면한다면

나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내가 죽으면 드레스룸에 있는

금색 빤짝이 원피스를 입혀 주고

구두는 그때 내가 좋아하는

반짝이는 걸로 넣어줘.

장례식에서 밤새는 건 힘드니까

1박 2일 정도로 하자'


조금 더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나의 죽음을 생각해 봐야겠지만

나의 마지막이 남은 사람에게

무겁게 남지 않길 바란다.






이 책은 법의학자가 쓴 책으로

추리 소설 같은 많은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 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나의 추측과는 달리

연명의료, 존엄사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법의학이 한 개인의 죽음을 밝혀

한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 주는 것을 넘어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제도를 바꾸는 기반이 되는 등

나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아주 조금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