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않는 꽃은 없다
인스타를 왜 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자기PR인가 하면 그럴 만큼 내가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일에 대한 기록용으로 쓰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현장에 가서 사진을 거의 찍지 않으니 인스타에 적합하지 않고
그냥 소소한 관종이기 때문인 것 같다. 박제되지 싶지 않은 관심 정도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소소하게 글을 쓰는 것도 좋고, 그런 나의 생각을 올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인스타를 하면서 공개를 했다가 비공개를 했다가 나의 마음이 갈팡질팡.
나의 소소한 생각과 기록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늘 나를 괴롭힌다.
어느 날, 나의 삶이 여유로워 보여 부럽다는 글을 보고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그 글에 SNS는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좋아 보이는 하루를 올리는 것일 뿐 나 역시 고민이 많고 부족한 것이 많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답을 드렸다.
나도 졸업하고 선배님들의 인스타를 보면서 수없이 좌절했었다. 이렇게 일이 없는데 나를 불러주는 곳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매일매일 일을 하고 있을까?
나는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일까?
프리랜서로 살아가려면 그런 일에 하나하나 일희일비해서는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안된다는 교수님의 따뜻한 조언도 머리로는 알면서도 그것이 당장 내 눈 앞의 미래를 밝혀주지 않았다.
그래서 인스타가 늘 조심스러웠다.
어떤 날은 불경스럽게도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칭찬을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재미있는 현장의 즐거움을 이야기 하고 싶기도 했고, 오로지 나를 위해 그런 글들을 쓰기도 했다.
정답은 없다. 나는 앞으로도 어느 날은 인스타를 비공개로 돌렸다가 어느 날은 공개했다가 어떤 날은 자랑질같은 글을 썼다가 어느 날은 그 글을 지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 마음만큼 일이 잘 되지 않는 사람이나, 욕심만큼 일을 하지 못해 갈증이 난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괜찮다고 다른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희락(喜樂)’밖에 없어 보이는 타인의 삶도 핸드폰을 떼고 보면 결국 희로애락으로 이루어져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