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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 Eunjeong Oct 28. 2024

[통역현장] 광고 촬영 통역

4일 통역 현장인데 전날까지도 통역에 관한 정보가 

통역사에게도 비공개였습니다. 

모든 일정은 다 미정이었고 

전날 겨우 대략적인 스케줄만 듣고 갔습니다. 


첫날 촬영 장소는 경희대였습니다. 

경희대 건물들이 예쁘기로 유명하죠.

사실 첫날 촬영 전에 호텔에 집합해서 

대략적인 촬영 스케줄과 

통역사인 저의 역할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광고 촬영에는 다양한 관계자들이 오기 때문에

각각의 관계자들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밀도 있는 회의 통역에 비해 

이렇게 긴 시간 함께 움직이는 통역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입조심'입니다. 

회의 통역은 모든 당사자들이 한자리에서 

묻고 답하고 통역을 하기 때문에 

통역사가 임의로 대답을 해 줘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죠. 


그런데 이렇게 대기 시간이 길고 사람이 많은 통역에서는 

각 관계자들이 궁금한 내용을 통역사에게 물어볼 때가 많습니다. 

사실, 통역사에게 물어봤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입니다. 

그들은 통역사를 통해 해당 담당자에게 물어본 것인데

담당자가 통역사 바로 옆에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질문에 대한 답을 통역사가 이미 알고 있다면

무의식중에 대답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 내용이 내부 사항이거나 

답을 해주는 타이밍이 정해져 있거나 

담당자만 아는 사항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통역사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임의로 대답을 해 줘서는 안 됩니다. 


그런 광고 촬영 현장에서 

거의 10시간 정도 있었는데 

첫날은 실외 촬영인데다 학교라서 

학생들이 지나다니며 

'연예인 누구예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럴 때 통역사인 저는 늘 

'저도 잘 모르겠어요'

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비 예고 있어서 

스태프들도 다들 초긴장 상태였답니다.

비가 왔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그래서 대기시간도 많았어요. 


다들 고생하시는데 그래도 통역사인 저를 많이 신경 써 주셔서

계속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식사에 커피에 많이 챙겨주셨어요.

TV에서 많이 보던 '밥차', '커피차'


음식이 다 너무 맛있었는데 

통역을 하기 전과 통역 중에는 웬만하면 

음식을 잘 안 먹으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배가 아프거나 하면 

화장실 가기도 힘들 뿐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져서 음식을 잘 안 먹으려고 합니다. 


다음날은 스튜디오 촬영이어서 날씨 신경 안 쓰고 

진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있더라고요. 

오늘은 인터뷰 촬영이 있고 동시녹음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광고주분들에게 통역을 해야 드려야 하는데 

동시녹음이라 제가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정말 의자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NG가 나는 정도이니 

제가 동시통역을 할 수도 없고 펜으로 적을 수도 없죠. 


배우님이 촬영하는 방향을 기준은 

저는 배우님의 뒤쪽에 있고 

스튜디오가 물건이 없고 공간이 높다 보니까 

배우님의 인터뷰 소리가 울려서 잘 안 들리더라고요. 

그래도 굉장히 집중해서 들었고 

아주 조심스럽게 펜소리 안 내고 

아주 중요한 포인트만 적었습니다. 

그리고 질문 하나 끝나고 다음 질문 촬영 들어가기 전에 

통역을 하자고 스태프가 사전에 협의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ㅜㅜ 

소리가 안 들려서 제가 계속 앞쪽에 있다 보니 

광고주분들에게 갈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몇 개의 질문이 연속으로 촬영되면서 

우리의 계획은 무산되었습니다. 

ㅎㅎㅎㅎ

이렇게 돌발 상황이 있어줘야 통역이 즐겁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촬영이 다 끝나고 광고주분들에게 

인터뷰 내용에 대해 통역해 드렸고 

다행히 문제가 없어서 재촬영 없이 끝났습니다. 

마지막 촬영 끝나고 다 같이 기념촬영을 했는데 

저는 원래 기념촬영을 같이 하지 않거든요. 


그냥 

'통역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는데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 바로 사진입니다. 

사진을 끝을 때도 통역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왼쪽으로 조금만 움직일게요'

'하트 한 번 할게요'

사진 찍을 때도 전달해야 할 이야기가 많아서 

저는 늘 사진 찍는 분 옆에 서 있습니다. 

이날도 계속 안 찍겠다고 했는데 

배우님이 다정하게 같이 찍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누구 핸드폰으로 찍었는지 몰라서

사진을 못 받았다는 슬픈 결말이...

ㅎㅎㅎㅎ

통역 현장을 늘 즐겁지만 

이번 통역에서도 모든 분들이 너무 잘 챙겨주시고

TV에서만 보던 밥차와 커피차를 경험해 본 것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간식이 너무너무 많아서 

행복했습니다.

ㅎㅎㅎㅎ


광고가 온에어 되면 왠지 뿌듯할 것 같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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